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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자24시] 광군제 현장서 본 `혁신`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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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에서 10억개의 배송물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배송 이후 10억개의 포장 쓰레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주최하는 광군제가 한창이던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외신기자는 장융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오늘날, 글로벌 대기업 대표가 맞닥뜨린 현문(賢問)이었다.

"10억개의 배송물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포장이 필요 없는 최단거리 배송이 중국 어디서든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답변 역시 현답(賢答)이었다.

장융의 청사진은 공상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는 '신유통전략'이라는 전사적 혁신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신개념 슈퍼마켓 겸 레스토랑 '허마셴성'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상하이의 허마셴성에서는 쇼핑객 대부분이 장바구니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장을 보고 있었다. 쇼핑객이 물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고 온라인 결제를 진행하면, 물품은 곧장 물류 배달 과정을 통해 배송지로 배달된다. 3㎞ 이내에 있는 지역은 30분 안에 도착한다. '포장'은 필요 없다. 장융의 답변은 이 허마셴성을 중국 전역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다짐이자 계획이었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 혁신을 주도하면서 사람들의 삶도 바꿔놓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QR코드와 증강현실, 알리페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14억 중국인과 이를 주도하는 알리바바의 현재이자 미래는 기자가 느낀 공포심의 원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우리 사회는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있을 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익숙한 '공유경제'라는 단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카풀 반대' 시위와 갈등을 다루는 신문의 사회면에서나 발견될 수 있다. 지난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정부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도 미사여구만 반복됐을 뿐이다. 미래는 질문을 이미 던졌다. 우리는 그 질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준비된 현답이 있는가.

[국제부 = 류영욱 기자 norti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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