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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고] 방송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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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약탈적 기업'. 지난달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그가 한국에서의 매출액 규모나 납세 내용 등 계속된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하자,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이 답변 태도를 질책하며 던진 말이다. 미국 상장사 중 주가총액 2위를 달리고 있는 구글이 작년 한 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약 4조9272억원으로 추정된다. 주요 수입원은 구글의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자회사인 유튜브를 통한 디지털광고 수입이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2006년 법인 설립 후 한번도 매출액과 세금 납부액을 공개한 일이 없는데, 작년에 200억여 원의 세금만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조6785억원의 매출액에 4231억원의 법인세를 낸 네이버와 비교하면 세수손실이 얼마나 큰지 상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유럽에서의 구글세 도입 과정과 내용을 들여다보며 관련 법안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이러는 사이 국내 방송시장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TV, IPTV 등 플랫폼을 불문하고 급속하게 위축되어 가고 있다. 방송산업은 광고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TV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광고 수입 역시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라면 수년 내로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했던 유튜브에 60대 이상의 장년층까지 대거 옮겨가면서 지상파나 종편의 광고주들마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광고시장 분석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인터넷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유튜브는 매출액 1169억원으로 이 분야 점유율 40.7%나 되는데, 네이버의 249억원과 비교하면 5배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문제는 구글이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내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입법 공백' 혜택을 보고 있지만, 국내 언론사나 관련 사업자들은 각종 규제와 의무규정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이슈만 하더라도 국내 포털이나 1인 방송 사이트들 중심으로 규제 이슈가 제기되었을 뿐, 정작 논쟁의 중심에 있는 유튜브는 모든 책임에서 비켜나 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은 5·18 광주항쟁 북한군 개입설 같은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실제로 믿고 있는 경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튜브의 이용빈도와 이용량이 많을수록 가짜뉴스를 진짜로 오인하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요즘 TV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종편뉴스를 선호했던 고령층들도 유튜브를 통한 영상뉴스를 보면서 자기 신념에 맞는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이 강해질 수 있어 유튜브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지상파와 종편채널의 방송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형식을 모방한 동영상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유포돼 저작권 위반 등 법률적 문제 역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불법 영상물과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앞세워 국내 영상시장을 유린하고 광고시장을 점령해 가는 유튜브의 행태는 이제 멈추게 해야 한다. 국내 방송사업자들 역시 자기들끼리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문제 제기는 충분히 되었다. 기존의 허술한 관련 법안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라도 유튜브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지 그러지 않으면 국내 방송 생태계는 결정적 피해를 입게 된다. 좀 더 시급한 대책을 기다려 본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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