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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삼바, 고의 분식’ 증선위 판단의 씁쓸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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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후폭풍 부를 중징계 결정 / 정권 바뀌면 정책 판단도 바뀌나 / 삼성만 아니라 당국도 책임 크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어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건의 심의를 통해 고의적 회계분식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김용범 증선위원장 겸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바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해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바는 어제 조치로 거래정지를 당했다.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피할 길이 없게 됐으니 우려가 크다. 더욱이 금융당국 판정이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손실이 커진 측면도 있다. 증선위 판정은 지난 5월 금감원이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감리 결과를 공표한 지 반년 만에 나왔다.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한 지난해 4월부터 따지면 1년7개월 만이다. 기간이 늘어져 혼란도, 피해도 커졌다. 4월 최고 60만원에 달했던 삼바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제 더 큰 후폭풍이 올 것이다.

일관성 문제도 엄존한다. 법은 질서를 갖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법적 안정성이 정의에 선행한다고 하는 것이다. 사법부만이 아니라 행정부에도 지킬 것이 있다. 정책 일관성, 안정성의 덕목이다. 조령모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증선위 결론이 그런 측면에서 합당한지 의문이다. 금감원은 2016년 12월과 17년 2월 삼바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감리에 착수했고, 5월에는 종전과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삼바를 압박하는 여론 플레이를 한 감도 없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판단도 바뀌는 것인가. 정책 일관성은 어디에 있나. 어제 판단은 정치적 오염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안타깝고 참담하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삼바는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인 제3 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최대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성장할 청사진을 짰다.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윤리 규정이 까다로워 삼바의 신뢰 위기를 그냥 넘기지 않을 개연성이 많은 탓이다. 삼바, 나아가 바이오 산업과 연관되는 성장과 일자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뜻이다. 관련 펀드 환매 러시 등 자본시장 충격도 없지 않을 것이다. 긴장이 필요한 쪽은 삼바, 삼성그룹만이 아니다. 장차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 산업의 명운을 걸고 우왕좌왕한 당국도 크게 긴장해야 한다. 당국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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