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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쇄신은 고사하고 계파 싸움 수렁에 빠져드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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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쇄신작업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인적 쇄신의 방향을 놓고 빚어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위 위원 간 갈등이 끝내 ‘전원책 해촉’으로 파탄나자, 이를 기점으로 친박계와 복당파 간 계파 쟁투가 노골화되고 있다. ‘전원책 파동’으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는 틈새를 타고 친박계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친박계 중심의 잔류파 중진 의원들이 13일 ‘우파재건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데 이어 14일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왔다. 인적 청산의 대상으로 내몰린 친박계가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속셈은 뻔하다. 비대위의 쇄신 동력 자체를 무너뜨려 친박계를 향한 청산의 칼날을 부러뜨리겠다는 계산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비대위의 혁신 작업을 “전당대회를 위한 땜빵 정도”로 규정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김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인적 쇄신과 관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호언으로 들린다. 가치 재정립도, 혁신 작업에서도 방향과 의지를 잃고 헤매온 비대위의 행적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전원책의 인적 청산 실험이 한 달 만에 좌초한 것은 표면상으론 전당대회 시기 이견에서 비롯되었지만, 본질은 인적 쇄신의 강도와 방향에 대한 메꿀 수 없는 당내 계파 간 간극 때문이다.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정파가 있는 정당이 아닌 계파가 있는 정당이다. 한국당은 일종의 사조직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렇기에 도저한 당의 위기 앞에서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은커녕 한 줌도 안되는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싸움에만 매몰될 터이다.

‘비상’대책위는 갈등을 적당히 봉합하면서 차기 당권을 세우기까지 관리자 역할을 하라는 게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정치적 파산선고를 받은 당을 재건하기 위해 뼈를 깎는 성찰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잔멸하는 ‘인적 쇄신’이 비대위에 주어진 사명이다. 비대위가 친박과 친홍, 복당파, 거기에 ‘태극기부대’까지 뒤엉킨 당권 싸움에 휘둘릴 경우 쇄신은 물 건너간다. 벌써 비대위의 종착지에는 분칠만 새로 한 ‘도로 새누리당’이 어른거린다. ‘김병준 비대위’가 보수 재건을 위해 필수인 인적 쇄신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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