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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US REPORT] 美중간선거 上공화·下민주 쪼개진 의회 트럼프 ‘절반의 성공’…재선 가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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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6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가고 공화당은 상원을 지키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집권당이 상하 양원에서 모두 의석수를 늘린 것은 미국 역사상 손꼽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이었다. 민주당은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트럼프 정부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오히려 상원에서 공화당이 의석수를 늘리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선방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선거 직전 6일간 상원과 주지사 경합지를 중심으로 무려 11개 주를 연쇄 방문하며 유세에 나섰다. 선거 전날에는 3개 주를 하루에 돌며 7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정력적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철저히 차단해 탄핵 심판까지 불러왔던 한국과 달리 미국은 현직 대통령도 얼마든지 소속 당과 후보들에 대한 공개 지지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구도를 철저히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몰아갔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과거 대통령들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얼마든지 집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격적 자세였다.

트럼프는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실업률,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임금 인상률 등 경제적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막판 민주당을 향한 폭탄 소포 사건과 유대인 회당 테러 사건이 잇달아 터졌지만 오히려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지지층 규합의 기회로 삼았다.

▶트럼프 일방독주 하원서 견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줘도 대선 가도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행정부와 의회를 양당이 분할 점유하는 정치 지형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가져간다. 민주당이 원하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청문회를 얼마든지 소집할 수 있고 자료 요구권도 갖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정책 실패를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간 행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말 대선 때까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고 하원도 다시 탈환하면서 ‘집권 2기’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정적을 제거한 점도 재선을 위해 계산된 포석이었다. 민주당이 여러 계파로 나뉘어 있는 것과 달리 공화당은 완전히 트럼프당이 됐다. 지난 대선에서 반트럼프 선봉에 섰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마저 선거 막판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하며 무릎을 꿇었다.

따라서 선거 후 트럼프 대통령은 협치를 거부하고 일방 독주를 계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감세와 무역협상 등 트럼프의 대표 정책들이 하원에서 제동이 걸리겠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갈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 정치는 의회 중심에서 행정부 중심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의회 견제는 한계가 뚜렷하다. 또 의회는 연방 예산 편성권을 지니고 있지만 행정부가 ‘셧다운(업무 중단)’을 위협하며 맞서기 일쑤다.

사법부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을 통해 공화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재편된 상태다. 한때 ‘삼권 분립’의 전범이었던 미국은 이제 행정부 중심국가에 다름없다. 8년 만에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갔지만 크게 달라진 미국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둘로 갈라진 유권자 표심에 기댄 ‘비토크라시(거부권 정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넘어 파국으로 향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지경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3호 (2018.11.14~11.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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