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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숨 막혀. 봉지 좀 벗겨줘” 카슈끄지의 마지막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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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이 봉지 좀 머리에서 벗겨줘. 난 폐소(閉所)공포증이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목소리가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정부 비판적인 기사를 실어오던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암살조에게 살해당했다.

터키 유력 일간지 ‘데일리 사바’의 탐사보도팀 소속 나지프 케르만 팀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중동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피살 당시 녹음 내용을 밝혔다. 사우디 암살조가 카슈끄지 머리에 7분간 비닐봉지를 씌웠고 이로 인해 카슈끄지가 질식사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자말 카슈끄지. /조선DB


케르만 팀장은 사우디 암살조가 어떻게 시신을 처리했는지 밝혔다. 그는 "사우디에서 온 팀은 카슈끄지의 시신을 토막 내는 과정에서 자루 여러 개를 바닥에 깔아 바닥에 피가 스며들지 않게 했다"며 "이 작업은 암살팀 법의학 최고책임자인 살라 알 투바이지에 의해 15분간 이뤄졌다"고 했다.

앞서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8일 검찰 익명 소식통을 인용, 카슈끄지의 시신이 강한 산성 용액으로 훼손됐다는 의혹을 전했다. 그가 살해된 사우디 총영사관저 우물에서 산성 용액과 다른 화학 물질이 검출됐다.

케르만 팀장은 ‘데일리 사바’가 곧 카슈끄지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녹음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공개하고 사우디 암살팀이 카슈끄지를 살해할 때 쓴 도구 사진을 보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케르멘 팀장의 이런 발언은 카슈끄지 사건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녹음본을 사우디를 비롯해 미국·독일·프랑스·영국 정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정부는 거기(터키 총영사관)에서 있었던 대화를 들었고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구체적인 녹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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