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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운수 나쁜 날'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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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방송 일에도 운이 따른다.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운이 따르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하는 일마다 꼬이는 운수 나쁜 날도 있다. 특히 급작스럽게 편성되는 '특집 방송'일 때는 일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

특집 방송은 말 그대로 기존 편성이 아닌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드는 일이다. 의미가 큰 만큼 손도 많이 간다. 출연진부터 스튜디오와 세트, CG, 자막, 편성 변경까지 짧은 시간 안에 체크하고 협의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대부분 천재지변이나 유명 인사의 부고 등 예상치 못한 일로 긴급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실수하기 십상이다.

일단 출연자 섭외부터 잘 풀리질 않는다. 급작스러운 섭외에 전문가 스케줄이 맞지 않거나 "준비가 안 됐다"며 출연을 고사하는 패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간혹 주말에 '특집 방송' 제작 명령이 떨어지면 휴일 내내 작가들과 함께 섭외에 매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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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도 문제다. 한번은 문화계 뉴스로 당일 특집 방송을 준비하는데, 늘 사용하던 대형 모니터가 스튜디오에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게다가 다시 세팅하려면 며칠 걸린다는 것이다. 결국 그날은 관련 영상을 모니터에 띄우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었다.

생각지 못하게 출연자가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다. 추모 특집 방송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거나 방송에 부적합한 옷을 입고 올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의상실로, 사무실로 동분서주하며 분위기에 맞는 의상을 찾으러 뛰어다녀야 한다. 꼭 이런 날이면 다른 부서와 관련 협의를 하다가 감정이 상하거나 잘하던 스태프가 결정적인 실수를 해 방송 사고가 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동시다발 총체적 난국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이 꼬이는 날에는 방법이 없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잠시 책상을 떠나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대형 모니터가 없으면 다른 배경을 만들면 되지' '그래도 의상을 구해서 다행이야'…. 해법을 찾으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모든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특집 방송을 잘 마무리 지었을 때 앞서 꼬였던 모든 문제도 한순간에 풀리기 마련이니까.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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