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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부유층 자녀들은 디지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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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석대건 기자] 구일모· 김정민(가명) 씨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 한달 살이를 다녀왔다. 휴가 일정을 맞춰 아내와 남편이 교대하는 방식으로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보냈다.



다소 여유로운 경제력을 가졌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부부 합산 연봉 2억 원을 웃돈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후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쳐다보지 않아서 좋았다."



이처럼 디지털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뉴디지털 격차'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뉴디지털 격차, 스마트폰에 종속당하지 않는 능력 차이



이전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처음 알려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 미국으로,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차이를 지칭했다. 이후 모든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인터넷 접근성 유무로 확대되었다.



즉, 소득수준 등의 차이로 인해 정보(information)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차별이 발생하고, 그 결과 경제· 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산간지역 등 초고속 인터넷이 제한되는 곳에서 발생한다.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적, 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으로 인하여 정보통신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접근 능력에 대한 불균형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뉴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서서, 디지털에 종속당하지 않는 능력 차이를 의미한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5명 중 1명



종속 여부를 걱정할 만큼 우리나라의 디지털 의존도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2017년 우리나라 만 3~69세 사이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8.6%에 달했다.



'과의존 위험군'은 이용에 대한 현저성 증가, 조절 실패, 문제적 결과 등 3가지를 모두 가진 상태를 말한다. 세 가지 주요 특성을 모두 보이는 사람은 고위험군, 이 중 2개 이내 특성을 보이는 사람은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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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료=과기정통부, 한국정보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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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현저성(salience)은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것, 조절실패(self-control failure)은 이용자의 주관적 목표 대비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이 감소하는 것, 문제적 결과(serious consequences)을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 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디지털 의존도는 심각했다. 2018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학령전환기 청소년 15.2%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됐다. 2017년에 비해 약 1% 상승한 수치다.



'뉴디지털 격차'는 이러한 인터넷 및 스마트폰의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제어하는 능력 차이로 비롯된다.



뉴디지털 격차도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



'뉴디지털 격차'에 대한 주목은 처음 '디지털 격차'라는 용어가 대두된 미국에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가정의 아이들의 놀이 모습에서 디지털 기기는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바쁜 부부 대신 돌보는 보모들의 역할도 장난감 놀이나 뛰노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IT 전문지 와이어드의 전 편집자 크리스 앤더슨을 인용, "이전 디지털 격차는 기술에 대한 접근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제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새로운 디지털 격차는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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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CEO에게 인기있다고 알려진 Waldorf School은
의학에서의 촉각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뜨개질을 교육한다. (사진=Waldorf School) 


실리콘밸리의 CEO에게 인기있다고 알려진 Waldorf School은

의학에서의 촉각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뜨개질을 교육한다. (사진=Waldorf School)

문제는 디지털 환경을 제어하는 능력이 소득 수준에 따라 '뉴디지털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김씨 부부의 사례와 같이 신경쓰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디지털 제어 능력을 교육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은 디지털 폐해와 부작용에 그대로 노출된다.



비영리 미디어 감시 기관인 커먼센스미디어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의 디지털 스크린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7분이지만, 고소득층은 5시간 42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환경을 제어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기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의존 방지, 무방비 상태에 가까워



이러한 격차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도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기보다 악기 다루기나 운동 등 상호 관계를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보다 더 즐거운 걸 찾도록 유인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학교는 학생들의 인터넷 및 스마트폰 사용에 무방비에 가깝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등교 시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할 때 돌려줬는데, 이마저도 반발 때문에 없어졌다"며, "유튜브 등 아이들이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부작용이 염려되지만 솔직히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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