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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도피한 ‘계엄 문건’ 조현천, 월 450만원 연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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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계엄문건 공개 직후 가족과 연락 끊어

합수단 “상당한 실력의 법률전문가 조언 받는듯”

12·12 가담 헌병감 캐나다로 도주 23년간이나 은신 전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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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을 풀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59·육사 38기)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에는 지인을 통해 “개인 신상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수사받겠다”는 의례적 말만 반복했다.

수사팀이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검거하는 것은 사법주권 문제로 불가능하다. 현지 수사기관에 체포되더라도 송환 절차 역시 복잡하다. 지금까지 조 전 사령관의 행적에 미뤄볼 때 그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합수단은 지난 7일 조 전 사령관을 일단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기소중지(수배)하고 수사를 중단했다.

<한겨레>가 8일 조 전 사령관의 국내외 친인척을 수소문하고, 강제송환 진행 상황과 방법을 취재한 결과 자칫 장기 국외도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1979년 신군부의 12·12 반란에 가담했던 조홍(육사 13기) 전 육군본부 헌병감도 1995년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도주한 뒤, 23년간 기소중지 상태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계엄 문건 공개 직후 가족과 연락 끊어 합수단은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된 지난 7월 이후 국내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보이스톡 등 아무런 통신기록을 남기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 전 사령관이 상당히 노련한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특히 조 전 사령관은 ‘전시계엄과 합수 업무 수행방안’ 문건이 공개된 직후엔 지인을 통해 “내가 문건 작성을 지시했고,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청와대가 구체적인 계엄 실행방안이 담긴 67쪽짜리 세부계획 문건을 공개하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경북 예천에 있는 조 전 사령관의 고향 집도 수년 전부터 비어 있다고 한다. 조 전 사령관과 이웃해 살았던 후배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집과 조상들 산소를 둘러본 뒤로 아무도 찾지 않고 있다. 20년 전쯤에 맏형과 둘째 형이 미국으로 이주해 목사로 크게 성공했다. 이후로 그 집 남매들을 모두 불러들였다”고 했다.

조 전 사령관의 미국 도피가 장기화하더라도 재정적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사령관은 9남매 중 일곱째다. 그의 둘째 형은 지난 6월까지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인교회 담임목사였다. 군인연금법은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 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내란 예비·음모 혐의를 받는 조 전 사령관은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다달이 450만원가량의 장군 군인연금을 받는다. 피의자의 도주 자금을 정부 예산이 적자를 메워주는 연금으로 지원하는 셈이지만 현행법상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조홍 전 헌병감 또한 아직까지 군인연금을 받고 있다.

■ 인터폴 수배령에도 송환은 ‘첩첩산중’ 합수단은 지인을 통해 자진 귀국을 권유하는 한편, 강제귀국 절차도 밟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달 1일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처를 우리나라 외교부에 의뢰했다. 이달 중순 여권이 무효화하면 그는 일단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동시에 미국에선 조 전 사령관에 대한 비자 만료 조처 등 체류자격을 취소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체류자격이 무효화하면 조 전 사령관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현지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단속에서 적발되면 추방된다. 다만 미국의 체류자격 심사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요청도 이뤄진 상태다. 인터폴 본부에서 심사를 거쳐 수배령을 내리게 된다. 다만 조 전 사령관의 구체적 소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어 체포에 어려움이 있다. 체포된다면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송환 절차가 진행된다.

사법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수사당국이 현지에서 직접 체포 활동을 할 순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리핀 등에서 이뤄지는 공조수사 역시 우리 경찰은 ‘창구 역할’ 정도를 할 뿐 실제 현장 검거는 할 수 없다. 미국 현지 공관에 있는 우리 경찰 등이 조 전 사령관 소재 등을 파악해 현지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 역시 민감한 사법주권이 걸려 있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체포 이후에 조 전 사령관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는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에서 2014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지만, 현지에서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6월 강제귀국 될 때까지 3년 넘게 시간이 걸렸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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