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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수능D-10] “숙명여고 뿐이겠냐…믿을 건 정시뿐” 박탈감에 한숨짓는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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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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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비리보다 ‘일상적 비리’가 더욱 만연”

-수시비리 속 정시 ‘올인’ 태세 다지는 수험생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쌍둥이라 걸린 것 아니에요? 티 안나게 좋은 내신 받아간 사람이 더 없을까요?”

수능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입 정시 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번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특히 최근 내신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을 접하고 나서 ‘믿을 건 정시 뿐’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수험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박탈감과 황망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수험생은 “입시는 교사라는 권력에 아부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냐”며 “불합리한 상황을 수도 없이 목격하면서도 생활기록부가 볼모로 잡혀 있으니 지적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문제 유출처럼 거창한 것만 수시 비리가 아니다”라며 ”전교 1등에게 상을 몰아주고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특별활동 집중시켜주는 것도 비리가 아니면 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부 못하면 반장 나오지말라는 교사들을 보면서 좌절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고3 수험생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재수를 준비하는 재수생들의 마음 역시 무겁다. 재수생 조모(20) 씨는 “이젠 고등학교 내신은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 정시만 바라보며 재수했다”며 “수시를 준비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충격이 큰데 현역 고3 수험생들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 역시 “숙명여고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의 학창시절동안 누군가도 부정한 방법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왔을까 싶어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항상 정직하게 살라며 자식들을 훈육해온 부모들 역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잠시 할말을 잃었다. 학부모들이 즐겨찾는 한 교육정보 커뮤니티에서는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려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학원에선 이제 대학이 믿을 건 정시뿐이라며 올해 불수능이 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더라”며 “교육정책이 이렇게 불투명하니 결국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 수시는 교육의 형평성과도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수시를 축소해달라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본인을 자립형사립고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수시로 서울대만 50명을 보내는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저에게 불리해지더라도 정시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술, 체육 과목조차 수행평가를 잘 받으려고 따로 학원을 다닐 정도”라며 “학생들끼리도 경쟁만 하느라 모르는 문제조차 서로 가르쳐 주지않고 수행평가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척 한다”고 비판했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잡음과 홍역 속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예정대로 오는 15일 치러진다.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총 59만4924명이 응시할 예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 응시생 중 고교 재학생은 44만8111명으로 전체의 75.3%다. 졸업생은 13만5482명(22.8%), 검정고시 등은 1만1331명(1.9%)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30만6141명(51.5%)으로 여학생(28만8783명ㆍ48.5%)보다 많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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