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PPL이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얼마 전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에 올랐다. 출연자가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미니 건조기를 선물하는 내용이었는데, 바로 그 건조기가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리티가 생명인 관찰예능에 인위적인 '광고'가 들어갔다는 것에 일부 시청자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제작여건상 간접광고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편을 드는 시청자도 있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고 분명히 고지했으니 문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 제품 협찬이 들어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서 등장하는 PPL 제품은 일명 '완판'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꽤 큰 편이다. 당연히 인기 프로그램엔 소위 '방송을 타려는 제품'이 줄을 서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제품이 PPL은 아니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자가 들고 온 와플 기계가 PPL 논란에 올랐을 때 PD가 직접 나서서 "출연자가 돈 주고 산 제품"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일보

공정성이 생명인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선 PPL이 제한된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상표나 제품이 노출돼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가령 시사프로그램에서 앵커 노트북이나 출연자 의류 상표가 생방송 내내 카메라에 잡히거나, 뉴스에서 인터뷰 화면 뒤로 간판이 커다랗게 찍혀 "일부러 저런 앵글로 잡은 건가?" 하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이런 오해는 방송 심의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제작진은 깨알 같은 상표라도 잡히지 않도록 검정 테이프 등으로 철저하게 가리고, 어쩔 수 없이 배경 화면에 찍힌 간판이나 제품은 모자이크를 하고 있다. 간혹 영화 시사회나 스포츠 스타 인터뷰가 광고판 앞에서 진행될 때는 인물만 남기고 화면 전체를 모자이크 쳐야 하는데, 시청자로부터 "화면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눈총받기도 한다. 일하고 핀잔 들으니 억울한 생각도 살짝 든다. 'PPL이 뭐길래…'. 프로그램 입장에 따라 반갑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한 존재, 그게 바로 PPL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