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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과학을읽다]아이의 기형·비만은 부모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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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기형이나 비만은 부모 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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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아이의 행동거지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도 전가하려는 태도에 불과한 것일까요?

과학적으로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 아이를 보고 부모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 중 하나가 식습관입니다. 어머니의 식습관이 자녀는 물론 손자와 증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중개 영양생물학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위스 바젤대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12일 개방형 학술지 '중개 정신과학'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짝짓기 전부터 임신, 수유 기간까지 9주 동안 암컷 생쥐에게 고지방식을 먹였고, 그들의 수컷 새끼들은 정상적인 음식을 섭취한 암컷 생쥐들과 짝을 지었습니다. 또, 이 생쥐의 수컷 자식들에게도 정상적인 음식을 먹은 암컷들과 짝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암컷 생쥐만 고지방식을 먹었고, 그 생쥐의 아들과 손자, 증손자까지 정상적인 음식을 먹은 것입니다.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들의 손자들은 중독성 행동과 비만 특징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3대손인 증손자 생쥐들은 차이점이 있었는데 수컷은 비만의 특징을 보여줬고, 암컷은 중독성 행동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다리아 페렉-라이브슈타인 연구원은 "이번 생쥐 연구를 인간에게 일대일 대응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의미있는 결론"이라면서 "추후 연구를 통해 어떤 분자 전달 메커니즘을 통해 다음 세대까지 이런 장기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단 식생활 뿐 아니라 부모의 건강이 태아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은 평균 280일(10개월)이지만 태아의 건강은 엄마가 임신하기 전과 임신 초기의 건강상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특히 조산이나 선천성 기형, 저체중아 등은 임신 전 부모의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선천성 기형 중 하나인 신경관결손증은머리부터 등뼈 끝까지 연결되는 중추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대뇌가 없거나 거의 없는 증상(무뇌아)입니다. 수정 후 4주내에 결정되는 질환으로 임신 전과 초기 임산부가 충분한 엽산을 섭취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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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궁 안에서 태아의 평생 건강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도 어려운 시대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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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초기에 영양 부족이나 탈수 증상을 겪으면 저체중 태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고, 태아가 성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이나 당뇨,고혈압, 비만 등 성인병 발병률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은 임산부의 연령대가 높아졌는데 만 35세 이상의 경우 임신 전 검사를 미리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나 술, 또는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과 질환 등에 대해 미리 검사한 이후 문제점을 해결하고 임신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자궁근종이나 고혈압, 당뇨를 동반하는 임신중독증, 태반이 자궁경부 입구를 막는 저치 태반, 유산이나 조산, 기형아 출산 등의 가능성이 술과 담배, 약물 등으로 인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정자를 가져야 하는데 만 35세 이상부터는 정자수가 감소하고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합니다. 정자의 질이 연골무형성증과 같은 유전자 변이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고, 뇌전증이나 소아백혈병, 중추신경종양 등의 발병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남녀 공통적으로 임신 전 혈액검사와 갑상선 기능검사, 간과 신장검사, 갑상선 호르몬검사, 성병검사 등은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임신 후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는 정자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성의 흡연과 음주, 복용중인 약물 등이 태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태아의 평생 건강이 결정된다는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부모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저출산시대를 극복하기도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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