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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소득주도성장으로 소비 살린다더니 현실은 정부 주장과 반대로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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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경기 하강신호 뚜렷 ◆

9월 산업활동동향 조사 결과 경기 하강 신호가 한층 뚜렷해지자 정부의 한발 늦은 경기인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올해 들어 정부는 경기 낙관론을 줄곧 펼치다가 각종 국책·민간 연구기관의 하강 국면 판단을 뒤늦게 따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월 소매판매지수 악화로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정부가 경기판단을 어떻게 수정할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31일 "그간 정부와 다른 연구기관 간 경기판단이 엇갈렸던 가장 큰 원인이 소비에 대한 평가였다. 정부에서는 소비가 건실하다고 판단했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서비스업 소비는 부진한 등 불안한 지표도 적지 않았던 상황"이라면서 "9월 소매판매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이제는 소비가 건실하다는 판단은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 차원에서는 우리 경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표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제는 표현 조정으로 감추기 힘들 만큼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졌다. 정부의 향후 경기분석에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 각종 연구기관이 '경기 하강' 분석을 내놓는 와중에도 1년간 '경기 회복세' 진단을 고집하다가 10월에서야 이를 거둬들인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발표한 10월호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9월까지 계속해 넣었던 '회복 흐름' 또는 '회복세'라는 문구를 뺐다.

반면 KDI는 9월 경기진단에서 '개선 추세'란 문구를 삭제했고, 현대경제연구원·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도 이보다 앞서 경기 하강 국면이라는 평가를 이어왔다.

이 같은 경기판단에 근거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중 하나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 증대·경기 활성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골자이기 때문"이라며 "상반기에 저소득층 소득이 무너진 데 이어 소비지표까지 악화돼 소득주도성장 논리의 정반대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경기 고점 논쟁은 내년 3월 이후에야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019년 3월에 발표될 예정인 2018년 연간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확인한 후에야 정부의 경기 고점 판단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때부터 통계청이 경기 고점 가능성을 판단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친 후에야 고점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 과장은 "경기 고점과 저점 판단은 경제흐름의 장기 추세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며, 매월 발표되는 동행·선행지수 등이 단기·중기 경기판단을 돕기 위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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