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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국감 2018] 다국적 제약사 희귀 의약품 ‘코리아 패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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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자를 볼모로 행해지는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과 가격협상 지연 문제가 29일 2018년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과 희귀의약품 공급권을 쥐고 정부에 높은 약가를 요구하며 환자 접근성을 차단해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약사로서 가장 큰 사회 공헌은 좋은 의약품을 개발하고 공급해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지금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윤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자는 정신을 잊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29일 보건복지부 종합국감에 증인 출석한 아비벤쇼산 한국글로벌의약품산업협회장(한국MSD 대표).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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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에 따르면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318품목 중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공급중단으로 인해 유통되지 않고 있는 의약품은 76품목(23.9%)에 달한다. 약이 필요한 환자가 있지만 허가 신청조차 안된 미허가 의약품은 14품목(4.3%) 수준이다.

또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시장 진출을 표명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나 건강보험 등재를 하지 않는 항암제도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으면, 환자는 고가의 항암제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를 미루거나 국내에 허가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약가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는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약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기를 원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혜택 등 경제성을 평가해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특히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는 높은 약가를 받기 위해 국내 공급 약가가 OECD 국가의 4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인용해 왔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공시 가격과 실제 가격이 다른 해외의 사례와 단일 가격만 있는 국내 상황을 비교해 적정성이 문제가 됐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는 이중가격제도나 비밀가격인하제를 사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비교 불가하다"며 "우리나라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전혀 낮지 않고 사용량 비교하면 오히려 우리 더 높다는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한 아비벤쇼산 한국글로벌의약품산업협회장(한국MSD 대표)은 "동일 규모 국가, 지불방식 등 조건을 같게 해 비교하는 것이 맞다"면서 "무엇보다 협회의 사명은 우리가 진행하는 연구개발(R&D) 최상의 결과가 환자와 그 가족에게 닿도록 하는 것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약의 공급을 중단해 환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색전술에 사용하는 암 조영제 ‘리피오돌’의 공급을 중단하고 정부에 높은 약가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렸다.

박능후 장관은 아비벤쇼산 협회장의 답변에 일침을 가했다. 박 장관은 "다국적 제약사가 말하는 협력에는 이중성이 있다"면서 "신약에 환자가 빠르게 접근한다는 것은 제약회사에서 가격을 요구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매번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약가 협상을 하다보니 전세계 선진국의 표준가격이 되고 있다"면서 "좀더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세계 약가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최근 중국에서 자국 내 약가 산정시 우리나라 가격을 참고하기로 하면서 ‘코리아 패싱’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한국보다 큰 규모의 시장인 중국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 신약 출시를 늦출 수 있다.

최도자 의원은 "다른 나라에서 약값을 높게 받기 위해 한국에 신약을 늦게 도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비벤쇼산 협회장에게 노력을 촉구했다.

아비벤쇼산 협회장은 "말씀하신 우려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서 "저희가 중국 내 의약품 승인과 관련한 언급할 수 없지만, 한국시장에 있는 환자들 빠른 속도로 신약에 접근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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