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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과학을읽다]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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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상황에서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심할 때 '결정장애'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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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일정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 정도가 심할 때 '결정장애'라고 합니다.

메뉴를 고르지 못하고 갈등하다 다른 사람이 결정한 메뉴를 먹거나 TV프로그램을 선택하지 못해 채널을 반복적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대부분 "글쎄요"라거나 "아마도"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결정장애는 다른 말로 '선택장애' 또는 '햄릿증후군(Hamlet Syndrome)'이라고도 합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주인공 햄릿은 고민이 많습니다. 자꾸 이유를 대면서 중요한 결정을 뒤로 미루는 우유부단한 인물이죠. 복수를 할지 말지, 선택의 순간에서 갈등하다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햄릿의 모습에서 착안해 햄릿증후군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큰일을 앞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결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사사건건 모든 선택지 앞에서 쉽게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면 대신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피곤합니다.

이런 결정장애를 부추기는 것은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더 선택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는 정반대라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우리 뇌는 많은 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과부하(Overload)'에 걸린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너무 많은 메뉴가 있으면 어떤 것을 고를지 더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20여년 전 미국의 한 연구팀은 식료품점에 어떤 날은 6종류의 잼을, 다른 날에는 24종류의 잼을 쌓은 테이블을 두고 어느 쪽이 더 잘팔리는지에 대해 실험했습니다. 실험결과, 24종류의 잼이 쌓인 테이블 앞에서 잼을 맛보는 쇼핑객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잼은 6종류의 잼을 내놓는 날에 더 많이 팔렸습니다.

6종류의 잼 샘플이 있을 때는 쇼핑객들이 테이블 앞에서 잼을 살피는 횟수는 적었지만 구매하는 횟수는 24종류의 잼을 놓았을 때보다 10배나 많았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잼이 쇼핑객들의 결정장애를 부추긴 셈이지요.

콜린 캐머러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행동경제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일자 국제학술지 '자연 인간 행동'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는 보상과 선택평가의 어려움, 개인의 특성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8~15개 사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선택의 과부가 때때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도 지적합니다. 그 예로 실패한 스웨덴의 사회보장 제도의 부분적 민영화를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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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로 식사메뉴 하나를 고르지 못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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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정부는 1990년대 후반 국민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해둔 돈을 민간기금으로 옮기는 것을 허용하고,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백개의 펀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초반에는 70%의 노인이 펀드를 선택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비율이 떨어져 10년이 지나자 단 1%의 은퇴자들이 노후자금을 펀드에 넣을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캐머러 교수는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많아 선택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그러나 선택지가 많을 때 자유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를 손실로 받아들여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선택이 어려웠던 만큼 최종 선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그에 따른 실망도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도 버려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물쭈물하게 되는 결정장애는 선택지를 줄이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작은 선택부터 해 나가면서 자신의 선택이 최선임을 믿는다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너무 많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고 강조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소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하고,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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