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그릇은 서너 숟가락만 담아도 채워질 정도로 작다. 언제부터인가 밥을 적게 먹는 분위기다. 식당에 가면 아예 밥공기는 열어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라든가, ‘탄수화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염려로 공기밥 한 그릇조차 다 먹지 못하고 남길 때가 많다.
◇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해마다 줄어
벼 품종 개량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밥도 적게 먹다보니 쌀이 남아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10년간 쌀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3년 67.2kg에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는 61.8kg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9.1㎏으로 사상 처음으로 60kg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들어 때아닌 쌀값 상승이 이슈가 되고 있다. 시중에는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값이 올랐다’는 가짜뉴스까지 나돌았다. 이달 초 산지 기준 햅쌀 한가마니(80㎏) 가격은 19만4772원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 18.7% 높은 수준이다.
올해 쌀값이 많이 오른 건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쌀 소비 감소를 고려한 정부의 생산조정 정책에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가 겹치면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작년보다 약 10만톤(t)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쌀 변동직불금 목표 가격을 정하는 해다.
◇ 쌀값 기준 한가마니 80kg 수량 기준 바꿔야
농업계는 2018~2022년 쌀 한가마니 값이 산지 기준 최소 2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년 전 쌀 한가마니 가격이 14만9000원이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지난해 쌀 한가마니 가격은 12만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경작하는 쌀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쌀값의 급등락은 정부 정책의 실기다. 쌀값은 농가 소득안정 뿐만 아니라 소비자 물가, 정부 예산지원 규모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쌀 생산자단체에서 쌀값 기준을 현행 한가마니 수량인 80㎏에서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수준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통계청은 이미 쌀값 통계를 내는 기준을 20㎏으로 바꿨다. 현재 80㎏당 18만8000원인 정부의 쌀 목표가격을 일반 소비자가 주로 찾는 10㎏으로 바꾸면 2만3500원이 된다. 쌀 수량 기준을 바꿔 약 100g인 밥 한공기가 235원이라는 쌀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 식당에서 공기밥을 무심코 남기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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