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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현장에서]블록체인 스마트폰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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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IT업계에서 ‘혁신’은 늘 강조되는 부분이다. 혁신은 보통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기술이나 기기 앞에 붙는 수식어가 된다. 다만 혁신기술은 적절한 ‘시기’나 ‘생태계’와 맞아떨어져야만 사장되지 않고 환영받는다.

최근 인도네시아 블록체인 SW(소프트웨어) 업체 펀디엑스가 공개한 ‘엑스폰’은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의 특징이 ‘탈중앙화’인 만큼 기존의 이동통신사를 이용하지 않고도 기기간 전화통화나 문자발송이 가능하다. 중앙서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각의 참여자(node; 노드)를 이용하므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엑스폰 자체가 하나의 노드이므로, 엑스폰 보급이 늘어날수록 노드도 무한대로 확장된다. OS(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활용한다.

펀디엑스는 우선 1000대를 시험적으로 생산해 내년 2분기 공급할 계획이다.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우선 보급해 관련 앱 생태계를 넓힌다는 것. 펀디엑스는 기본적으로 SW업체인 만큼 추가적인 생산은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 같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력을 기대한다면서, 이미 굴지의 제조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연락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왜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전화번호 없이 전화기에 입력된 이름 만으로 기기간 통화가 가능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기능에 불과하다. 콘서트 티켓 예약이나 유튜브 이용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1000달러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소비자는 많지 않아보인다.

블록체인은 중앙관리가 필요없고 위·변조 가능성을 없애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많은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왜 스마트폰에까지 활용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위·변조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 번 프라이빗 키(key)를 잃어버리면 지금까지 묻혀있는 많은 암호화폐들처럼 영영 복구 불가능하기도 하다. 블록체인 스마트폰이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이런 스마트폰도 나올 수 있다’는 기술력 과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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