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살인의 죄와 강서구 PC방 사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81]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범죄'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모으듯 사건은 많은 사람을 빨아들인다." "폭심지에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하더라도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각자의 가족, 친구와 지인, 근처 주민,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나아가 목격자, 경찰의 탐문을 받은 사람들, 사건 현장에 출입하던 수금원, 신문 배달부, 음식 배달부 등 헤아려 보면 한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새삼 놀랄 정도다."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이유'라는 소설에서였다.

자석 위에 유리판을 깐 후 그 위에 쇳가루를 뿌리고 흔들면, 흩어진 쇳가루의 모습을 통해 자력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자석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되 쇳가루가 동심원을 반복적으로 마치 물결처럼 그려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건이 중심에서 폭발하듯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 친구와 지인, 근처 주민, 회사 동료 등에게 사건이 자력처럼 영향을 미친다. 언론을 통해 그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밖으로 뻗어나갈수록 그 힘은 약해지지만 그 영향력은 계속해서 뻗어나간다. .

가장 강한 자력은 살인사건에서 발생한다. 살인사건에 의한 자력은 사건에 대한 호기심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 형태로 매우 강력하게 전해진다. 살인사건이 미치는 자력의 힘과 그 형태를 잘 살피면 그 심층에서 당대 그 사회에 누적돼 있는 사회적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매일경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지난 14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는 이날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강서구 PC방에서의 살인사건이 연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30대 남성이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이다. 현장에 쓰러진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시간 만에 숨졌다고 한다. 이 사건은 강력한 자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다.

우선 범행 방법이 너무나 잔혹하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이던 피해자의 얼굴을 흉기로 30여 차례 이상 찔러 이것이 사망 원인이 됐다. 담당의에 의하면 "비현실적"이라 느낄 정도로 참혹한 상처였다고 한다.

이런 잔혹한 방법이 동원됐다면 '도대체 왜, 어떤 동기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했던 걸까?'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피해자가 불친절했다'는 용의자의 진술 말고는 별다른 동기가 없어 보인다. 깊은 원한 관계도 아닌 그저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비현실적일 정도로 심한 흉기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에 이 사건이 갖는 충격이 있다.

'이런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사람이기에 종업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시비 끝에 집으로 돌아갔다 흉기를 가지고 다시 PC방으로 돌아와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했을까? 어떤 배경과 성장 과정을 거쳐 온 사람이기에?'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수사 초기라서 그런지 이에 대해 알려진 게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용의자가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라는 말이 새어 나오고 심신미약에 의한 감경을 노린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것 같다. 우울증 진단을 받아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심신미약에 의한 감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용의자 동생이 범행에 가담한 것이냐를 둘러싸고 말들이 있지만 수사를 통해 밝혀낼 문제라고 생각한다. 폐쇄회로TV(CCTV) 화면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도 아니고 수집된 증거 전반을 검토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신고를 받은 경찰이 PC방 현장에 출동했다가 용의자를 귀가시키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경찰이 돌아간 지 얼마 안 돼 이 사건이 발생했기에 극히 아쉬운 대목이기는 하다.

대략 이런 대목에 강서 PC방 사건의 자력이 일반 시민들을 강력히 잡아끄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런 사회에 내가 살고 있는가?' 하는 불안함을 이 사건에서 느낀다. 단순히 용의자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데 필요한 유죄의 증거를 수집하는데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이유와 배경까지 밝혀내 다시는 이와 같은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할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마석우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