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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오프라인 매장이 `아마존 유통 정글` 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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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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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12] 126년 전 설립돼 원조 '유통공룡'으로 군림하던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Sears)'가 지난 10일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총부채만 113억달러(약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유통업계는 새로운 '유통공룡' 아마존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면서 2011년부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시어스가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고 평가한다.

2016년 1분기에 아마존은 미국 내 온라인 거래대금의 60%를 가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투자자들은 여전히 '아마존닷컴'에서 나오는 유통 사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비판한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소셜커머스 기업도 저조한 수익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4월 소위 소셜커머스 업계 '빅3'인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티몬)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유통 혁명 : 오프라인의 반격'의 저자이자 유통 산업 전문가인 더그 스티븐스는 "우리는 일상에서 디지털과 물리적인 유통 방식을 모두 경험하고 있으며, 매장이라는 곳과 매장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밝힌 매장과 유통업의 미래는 다양한 기술로 고객 체험을 강화하는, 매장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최근 경영 전문매거진 Inc.는 편집자 미셸 청과 제미마 매커보이의 기사를 통해 시어즈의 몰락에 대비되는 혁신적인 오프라인 매장(Brick-and-Mortar Business) 사례를 소개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새로운 온라인 브랜드 업체의 니즈에 맞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일례로 신생 리테일 벤처 '네이버후드 굿즈(Neighborhood Goods)'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 체험을 위한 별도 팝업 공간을 도입했다. 설립자이자 CEO인 매트 알렉산더는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매장 선반을 치우고 상품과 공간을 통합해 '거래하지 않고 경험하고 즐기는 것'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또한 고객들은 매장 앱을 통해 미리 제품 픽업을 준비하고 메뉴 탐색과 지원 요청 등을 전부 처리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쇼핑몰 건물주들은 오히려 시어스의 퇴장을 반기고 있다. 시어스가 한때 1800곳에 달했던 매장을 폐쇄하면서 나온 공간을 '와비 파커' 같은 온라인-퍼스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위해 임대해 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신흥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시어스가 낸 임대료의 6배까지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생부터 온라인에서 출발한 신생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하려는 사례도 있다. IBIS월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자 상거래 및 온라인 옥션 시장에서 이베이의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반면 아마존의 점유율은 36%가 넘는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 플랫폼 이베이(ebay)는 지역의 영세한 소매업체가 전국구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이베이는 오하이오주 애크론(Akron)이나 랜싱(Lansing) 같은 마을의 100여 개 소기업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되는 리테일 리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판매 방법을 컨설팅해줬다. 이베이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변신한 애크론의 '세븐스 플로어(7th Floor)' 같은 의류 소매회사는 시그니처 상품인 '개구리 모자' 신규 판매량의 70%를 온라인 시장에서 창출할 수 있었다.

마크 거머지언(Mark Ghermezian)이 설립한 '포포스트(Fourpost)'의 경우 소규모 브랜드와 중소 제조업체에 공간을 임대해주는 스튜디오 숍을 운영한다. 마치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이 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듯이 스튜디오 숍을 빌린 소매업자들은 POS 데이터와 온라인 트래픽 분석 대시보드부터 간판, 조명, 와이파이(WiFi)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제프 제넷 메이시(Macys) 백화점 최고경영자가 말한 대로 지난 10년간 아마존은 오프라인 영역을 서서히 잠식해 오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들도 온라인에 뛰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넷 CEO의 말처럼 "온라인 채널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죽는 건 아니며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강해야 미래 시장의 진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이 여전히 호소력이 있는 이유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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