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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슈퍼리치 NOW] (23) 최고 8000만원대 침대 ‘덕시아나’…신혼부부 홀리는 ‘할리우드 필수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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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3분의 1은 자면서 보낸다. 잠은 인생의 나머지 3분의 2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잠을 잘 자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으니. 그래서일까. 최근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 산업)가 엄청나게 각광받는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소리를 내는 백색소음기나 아로마디퓨저, 기능성 베개 등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수면 산업이 연 2조원 규모라 추산한다.

숙면은 슈퍼리치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슈퍼리치는 전 세계를 누비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일상이 고된 만큼 ‘고퀄(질이 좋은)’ 수면을 원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 ‘꿀잠’을 자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 침대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슈퍼리치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는 침대 브랜드는 덕시아나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슈퍼리치 다수가 애용한다는 브랜드다.

매경이코노미

덕시아나 침대 ‘DUX 6006’을 들여놓은 침실(좌)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위치한 덕시아나 플래그십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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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내구성 압도적

▷수명 40년·품질보증 20년

덕시아나는 1926년 스웨덴에서 설립됐다. 창업자 에프라임 융은 원래 초콜릿 사업을 했는데 이 때문에 스웨덴과 아프리카 사이를 자주 오갔다.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는 만큼 숙면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그런데 아무리 비싸고 좋은 호텔에 머물러도 자고 일어난 후 상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한 침대를 찾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침대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헨릭 융이 4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는 2006년 진출했다.

슈퍼리치가 애용하는 브랜드답게 덕시아나 제품은 가격대가 상상 초월이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800만원대, 가장 비싼 제품이 8000만원대다.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인 ‘DUX 6006’은 3000만원대에 판매된다.

물론 비싼 이유가 있다.

일단 내구성이 뛰어나다. 보통 침대의 수명이 5~10년인 반면 덕시아나 침대는 최장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스웨덴산 강철 스프링과 소나무, 히비아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라텍스, 퀼팅 천연 코튼을 비롯한 고급 재료로 만든 덕분이다. 품질보증 기간도 20년이다.

제품 설계도 섬세하다. 잠을 잘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침대의 위쪽, 중간, 아래쪽 스프링 강도가 달라야 한다. 일반적인 침대는 스프링 강도를 조절할 수 없다. 덕시아나 매트리스는 여러 층의 스프링으로 구성됐는데 가장 위층 스프링이 위, 중간, 아래로 분리돼 있어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사진 참조). 다리를 올려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도록 아래쪽에 강도가 높은 스프링을 배치하고 골반 쪽에는 중간 강도 스프링을 넣는 등 취향에 맞게 구성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두 사람이 침대를 같이 쓸 때 특히 빛을 발한다. 체형과 수면 자세 등이 각각 다른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더라도 각자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무료 이사 점검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이 거처를 옮길 때 침대를 제대로 세팅했는지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덕시아나 관계자는 “이사를 가서 침대를 설치할 때 제일 위쪽 스프링 배치를 잘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사 점검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등받이 소재와 색 등은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할 수 있다. 색상은 300여개 이상이며 재질도 가죽, 직물 등으로 다양하다. 재고를 많이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내어주는 대량생산 방식이 아니라 고객 취향에 맞게 침대를 설계하는 맞춤제작 형식인 데다 핸드메이드라 주문한 뒤 침대를 받기까지 3~4개월 정도 걸린다.

덕시아나의 섬세함은 침대를 판매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무조건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객이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매장 위치 선정 기준부터 남다르다. 덕시아나는 서울 청담동 큰길가에 있던 매장을 최근 한 블록 안쪽으로 옮겼다. 큰길가에 매장이 위치하면 지나가는 사람이 많고 창문을 통해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는 눈이 많으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나다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으로 매장을 옮겼다. 서울 신라호텔에 위치한 플래그십 매장에는 창문에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다. 평소에는 밖에서도 매장 내부와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오픈해놓지만 고객이 원하면 마음 편히 직원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블라인드를 내린다.

제품을 판매하기 전 상담도 꼼꼼하게 한다. 비싸고 오래 쓰는 제품인 만큼 고객 취향에 맞는지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서다. 기존에 사용하던 침대가 어떤 제품인지, 침대를 누구와 함께 쓰려고 하는지, 수면 패턴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고 여기에 맞는 제품과 설계를 제안하는 식이다. 물론 과거에 덕시아나 침대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고 취향이 뚜렷한 고객이라면 몇몇 질문은 생략하기도 하지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구매하기 전 침대에 직접 누워보고 잠을 자보는 등 체험을 해보는 것도 적극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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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시아나 매트리스 제일 위층 스프링은 위·중간·아래로 분리돼 강도를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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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고객은 누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5개 소유

2000만~3000만원이나 되는 침대를 사가는 이들은 누구일까.

덕시아나 측은 기업 임원과 오너, 연예인, 운동선수 등이 주요 고객이라 설명한다. 국내 유명인사 중에서는 배우 고수, 전지현, 김효진·유지태 부부, 방송인 박지윤 등이 덕시아나 침대를 구입했다. 연령대로 보면 50~60대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30~4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 혼수용품으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성장기 어린이들은 특히 좋은 침대를 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어린이용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부모들도 급증했다고.

특급호텔 중에도 객실에 덕시아나 침대를 들여놓은 곳이 꽤 된다.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과 더플라자호텔, 한화리조트거제벨버디어 등이 일부 객실에 덕시아나 침대를 들여놨다. 배우 배용준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남해 사우스케이프스파앤스위트는 모든 객실에서 덕시아나 침대를 만날 수 있다. 헤리티지 산후조리원을 비롯한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중에도 덕시아나 침대를 선택한 곳이 다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슈퍼리치 사이에서도 덕시아나는 ‘핫’한 브랜드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표적인 덕시아나 애호가다. 덕시아나 침대를 무려 25개나 소유하고 있다. 제니퍼 애니스톤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배우 고객도 많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정치인과 운동선수 중에도 덕시아나 침대를 보유한 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 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故 로이 디즈니 전 월트디즈니 부회장 역시 주요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최고급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은 121개 스위트룸에 덕시아나 침대를 설치했다.

덕시아나 관계자는 “슈퍼리치는 하루에 2~3시간 정도 이용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에도 수억원을 거리낌 없이 지불한다. 침대에서는 삶의 3분의 1을 보낸다. 좋은 침대를 위해 몇 천만원을 내는 것은 슈퍼리치 입장에서 큰 소비가 아니다”라며 덕시아나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9호 (2018.10.17~10.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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