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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직장인들 '꾀병'에 칼 빼든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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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병가 17일, 美 4.9일의 3.5배… 월급 지원 액수만 13조원에 달해

작년 한 해 프랑스 직장인의 평균 병가(病暇) 일수는 17.2일이다. 영국(4.1일), 미국(4.9일), 독일(7.9일)보다 2배에서 4배에 달했다. 프랑스인 전체가 태생적으로 병약하지는 않을 테니, 이를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프랑스 정부도 지나치게 많은 병가를 '꾀병'으로 의심하고 칼을 빼내 들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지난 8월 전문가 3명에게 직장인 병가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달 안으로 1차 보고서가 나올 전망이라고 일간 르피가로가 17일 보도했다.

병가가 남발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병가를 내도 두어 달은 임금이 거의 깎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단체 협상에서 진단서만 내면 첫 2~3개월은 평상시 월급의 90~100%가 나오도록 정해 놓았다. 고용주가 이 비용을 다 대는 건 아니다. 병가의 나흘째 되는 날부터 정부 재정으로 임금 절반 정도를 지원해 준다. 작년 한 해 프랑스 정부가 병가자 월급으로 부담한 액수가 102억유로(약 13조원)에 달했다.

진단서 발급이 쉽다는 점도 문제다. 한 프랑스 변호사는 "일단 아프다고 하면 왜 어떤 이유로 쉬어야 한다는 구체적 설명 없이 막연하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식의 진단서가 나온다"고 했다. 병가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프랑스 정부는 병가로 인한 업무 처리 지연, 대체 인력 고용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한 해 600억유로(약 7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프랑스 정부는 우선 병가자 월급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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