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일만에 세월호 선체수색 종료… 미수습자 5명 끝내 못찾아
이들은 1년 넘게 세월호 선체에 들어가 쌓인 진흙을 걷어내고 희생자를 찾아왔다. 수색 시작일 기준으로 550일째(작업 일수 기준 396일)인 이날은 선체 수색 마지막 날이었다. 매일 아침 작업 전 해오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도 이날이 끝이었다.
"유류품 있을지도 몰라" 체에 걸러가며 확인 -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앞에서 코리아쌀베지 직원들이 선체에 있던 펄을 책상에 옮겨두고 유골이나 유류품을 찾고 있다.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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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관실 내부 첫 공개 - 세월호 선체 수색 마지막 날인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기관실 내부를 유가족들과 취재진이 살펴보고 있다.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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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준(59)씨는 세월호 앞 작업장에서 체로 거른 진흙덩이를 호미로 조각내며 유해 흔적을 찾고 있었다. 연돌(기관실 배기가스가 밖으로 나가는 굴뚝) 쪽에서 퍼낸 흙이라고 했다. 객실에서 나온 흙보다는 희생자의 흔적을 찾을 확률은 높지 않았다. 정씨는 "아직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유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조각 한 조각씩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정씨 옆에선 다른 작업자가 구멍 뚫린 바구니에 담긴 흙을 대형 수조에 넣고 흔들고 있었다. 흙을 물에 불려 조각나기 쉽게 하는 작업이다.
지난해 세월호 선체를 바다에서 인양했을 때 선체 내부는 곳곳이 검은 펄로 차 있었다. 육지로 올린 배에서 퍼낸 흙만 678만8000L, 15t 덤프트럭 678대 분량이다. 연인원으로 2만명 가까운 사람이 동원됐다.
선체 수색 근로자들은 퍼낸 흙을 체(5㎜ 간격)로 걸러 위에 남은 물건을 찾아왔다. 이런 방식으로 고(故) 이영숙씨와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유해를 찾았다.
유해가 발견될 확률이 높은 객실과 기관실은 작년 수색이 끝났다. 올해는 선수·선미의 창고와 연돌에 있던 흙을 퍼냈다. 수색 마지막인 이날 근로자들은 연돌 쪽에 흙을 수색했다. 코리아쌀베지 유기춘 본부장은 "평형수를 담는 밸러스트 탱크를 제외하면 사실상 선체 모든 부분에 대한 수색을 마쳤다"고 했다. 많을 때는 300여명이 동원됐지만 수색할 흙의 양이 줄면서 투입되는 인력도 줄었다.
작년부터 수색 작업을 했다는 이모 반장은 "수색 작업 초반에 객실에 있는 흙을 퍼낼 때는 전부 두 손으로 퍼냈다"고 했다. 호미나 삽을 쓰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유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반장은 "그때는 처음이라 요령도 없었기 때문에 흙을 손으로 만지다 날카로운 자갈에 장갑이 뚫려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을 다쳐 파상풍 주사를 맞는 작업자도 많았다고 한다.
다른 작업반장은 "배를 인양한 직후에는 물펄(묽은 개흙)이라 작업이 빨랐는데, 이후엔 흙이 굳어버려 물로 불리는 작업까지 하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선체 바닥이 미끄럽고,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작은 공간들이 많다고 한다.
상당수 작업자는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수색 결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고 희생자 5명을 못 찾아서라고 했다.
이날 세월호 앞에서 만난 작업자들은 다 찾지 못한 희생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유기춘 본부장은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생방송을 직접 봤는데, 그때 막내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며 "아이들을 비롯해 모든 희생자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한 직원도 "(전부 찾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작업은 마치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작업은 오후 5시에 끝났다. 근로자들은 장비를 정리하고 모여서 마감 회의를 했다. 근로자들은 서로 "수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웃는 사람은 적었다.
▲ 벌써 4년 반…최초로 공개되는 세월호 기관실, 미수습자 5명 마지막까지 수색...
[목포=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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