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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집값따라 날개 단 복비"…인하∙개정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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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최근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이두희(42)씨는 이사하며 낸 중개 수수료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집 한 번 보고 계약서 도장 찍은게 다인데, 과연 중개 서비스가 300만원 넘게 낸 수수료에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단지 집값에 따라 덩달아 오르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체계가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말고도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불만인 경우는 많다. 이미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중개 수수료를 내리거나 제도를 바꾸자는 청원이 수십여건이나 올라 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공인중개업체를 통해 주택 매매∙교환이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에 상한요율을 곱해 정해지는데, 해마다 엄청나게 오르는 집값이 중개 서비스 개선 등과는 무관하게 중개사들의 소득만 불려주는 셈이 된다는 지적들이다.

조선비즈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매물 게시판에 부동산 물건 정보가 붙어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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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수수료 요율은 거래가격마다 0.4~0.9%가 적용된다. 이때 계산된 금액은 한도액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집값이 2억원 이상이면 한도액 기준이 없기 때문에 요즘처럼 집값이 급등하게 되면 중개 수수료도 널뛸 수밖에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집값이 2억~6억원 미만의 경우 0.4%, 6억~9억원 미만은 0.5%의 상한요율이 적용된다. 중개업체와 소비자가 이 상한요율 이내에서 요율을 협의해 정하면 된다. 9억원 이상은 0.9% 이내에서 계약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하게 돼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2975만원으로, 올해 1월(7억500만원)과 비교해 17.69% 상승했다. 평균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올해 1월 계약했다면 중개수수료는 352만5000원(부가가치세 제외)이지만, 9월에 매매한 경우라면 중개수수료는 414만8750원으로 62만원가량 불어난다.

만약 매매가가 중개 수수료율이 달라지는 구간으로 뛴 경우 중개수수료는 더 증가한다. 가령 5억5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뛴 아파트 매매에 붙는 중개 수수료는 2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어난다. 상한 요율을 최대로 적용할 경우로 가정한 것이다. 5억5000만원일 경우 상한요율이 0.4%이지만, 7억원일 경우 0.5%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옮기는 경우 중개수수료 부담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집을 사고팔 때 모두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로 1000만원 가까운 돈을 냈지만, 공인중개업체가 딱히 한 게 없어 돈이 아깝다는 불만은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을 보여주고 집 소개를 해주는 정도 만으로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을 수수료로 챙겨가는 수수료 관행을 없애야 한다"라며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는 청원이 수십여건 올라와 있다.

상한요율 안에서 소비자와 중개인 간 협상으로 정해지는 만큼 중개 수수료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고, 집값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변동되는 구조라 현재 수수료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거래금액이 5000만원 미만일 경우 상한요율은 0.6%, 5000만~2억원은 0.5%인데, 이는 6억~9억원 상한요율(0.5%)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이라 이런 것들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고,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지다 보니 분쟁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며 "협회도 그동안 국토교통부에 중개 보수요율을 아예 정해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아직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는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 국토부와 시·도가 눈치만 볼 뿐 어느 한 쪽이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 떠넘기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개 수수료 요율은 시·도 조례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한요율 안에서 소비자와 협의해 수수료를 정하는 구조다 보니 수수료를 깎으려는 계약자와 제값을 받으려는 중개인 간 갈등이 자주 벌어진다"며 "차라리 중개 수수료 관련 요율이나 기준 등을 없애고 자율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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