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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 교육적폐에 촛불 든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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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내신비리 사실로 … 쌍둥이 딸에 폰으로 시험지문 보낸듯
딸들 유출 몰랐다면 처벌 면하지만 공모했다면 처벌 불가피
혐의 확인땐 최고 징계 퇴학도 … 여론 "교육 불공정 바로 잡아야"

아시아경제

5일 쌍둥이 자매 동시 전교 1등으로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숙명여고 학부모와 졸업생들이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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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송승윤 기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8월30일부터 두 달 가까이 매일 저녁 8시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단지 아버지 교사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줘 자신의 자녀들이 받은 내신 불이익의 구제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 교육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매일 저녁 모인다.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쌍둥이 자매 뿐 아니라 과거 이 학교를 다녔던 교사 자녀들의 대학진학 실적, 나아가 전국적으로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닌 경우 그들의 내신 성적과 입시 결과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시험문제 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이 학교 교무부장인 A씨와 그 딸들의 휴대전화에서 A씨가 시험에 관한 정보를 딸들에게 전송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송된 정보 가운데는 시험에 출제된 일부 과목 지문과 유사한 내용의 지문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통해 A씨가 문제를 유출한 것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고 이르면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딸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이다. 만약 쌍둥이가 A씨로부터 건네 받은 정보가 유출된 시험문제인 줄 몰랐다면 쌍둥이를 업무방해의 공범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경찰이 A씨와 딸들이 공모한 것으로 판단, 쌍둥이를 기소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쌍둥이도 형사 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상 미성년자는 만 14세까지로 쌍둥이는 형사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업무 방해죄의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학생이 처벌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2014년 서울의 한 사립 여고에서도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있었으나 교사와 학부모는 실형을 선고받은 반면 학생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으로 딸이 큰 불이익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학생을 피해자로 판단했다. 지난 7월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도 교사와 학부모만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이와 별개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쌍둥이에 대한 학교 측 징계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생에 대한 징계는 교내 봉사부터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정학, 퇴학 순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온 만큼 교육계 안팎에서는 쌍둥이 자매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민여론은 처벌의 경중보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과정의 불공정을 바로 잡자는 데 무게가 실려있다.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국민모임은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내신비리는 '수시'라는 대입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며 교육부의 전국적 전수조사와 수시비율 대폭 축소 등을 요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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