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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박근혜도 당한 '가짜뉴스', 박상기 법무장관 "고소고발 없어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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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성관계를 맺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여교사들이 죽음 직전 성행위를 했다.”
“국회의원 내연녀가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감시하던 중 허위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내용은 16일 법무부가 밝힌 ‘가짜뉴스’의 대표 사례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작·왜곡 정보란 사실이 드러났고 재판에선 유포자들에게 징역형이 내려졌다. 문제는 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가짜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월호 참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 대한 가짜뉴스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가짜 뉴스는 특히 선거철에 홍수를 이룬다. 허위 정보를 담은 가짜 뉴스에 의해 손쉽게 민심이 요동치는 탓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의 경우 SNS 등 온라인을 통한 허위사실 공표는 3400여건이 적발됐다. 이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허위사실 공표(939건)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범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법무부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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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가짜뉴스 엄정대응 방침을 밝히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인지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법무부도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허위·조작 정보가 담긴 뉴스가 퍼지며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극심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위조작정보 확산은 진실을 가리고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조장·왜곡하며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심각한 정치경제적 폐해를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허위성이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할 것을 검찰에 주문했다.

문제는 가짜 뉴스를 처벌하려다 합리적 의혹 제기마저 묵살, 법적으로 처벌하게 될 가능성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주장은 수면 아래에서 종종 제기됐으나 늘 ‘가짜 뉴스’ 취급을 받았다. 최순실씨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은 물론, 국정농단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검증하기 어려웠다.

검찰이 가짜뉴스에 대해 인지수사를 벌이겠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가짜 뉴스를 인지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자체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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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은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 차원에선 인지수사를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더 이상 가짜뉴스 유포를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해당 내용의 ‘허위성’은 검찰 조사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역시 지금까지의 판례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뉴스 유포자의 경우 대부분 ‘명예훼손죄’를 근거로 처벌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가짜뉴스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을 근거로 처벌하는데, 이를 인지수사하겠다는 것은 사법당국이 피해자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만큼 엄정 대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할 경우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가짜뉴스 16건 중 14건이 문재인 대통령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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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치매설’을 제기해 재판에 넘겨진 네티즌의 게시물.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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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과 법무부가 합세해 가짜뉴스 엄단 방침을 밝힌 이면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작·왜곡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경찰이 지난달 12일부터 허위정보 특별단속에 나서 수사 중인 16건의 고소·고발 중 14건은 문재인 대통령 및 현 정부에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9월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책상 사이로 입장한 것을 두고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거나,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85조원을 제공했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된 가짜뉴스에 대해 갑자기 여당과 법무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검찰이 인지수사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대통령을 겨냥한 가짜뉴스가 계속 나오자 여당과 법무부가 앞다퉈 정권에 줄서기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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