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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라진 포유류 300여종…지구 6번째 대멸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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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류가 출현한 이래 300종이 넘는 포유류가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진화 역사에서 이들이 차지한 약 25억년의 세월이 인간의 손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대 고생물학과 맷 데이비스 박사 등 과학자 3명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포유류의 생물 다양성이 원 상태로 회복되려면 최소 500만~700만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간이 50년 이내에 포유류 서식지 파괴와 밀렵, 환경오염 등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전제를 도입한 결과로, 실제로는 더 빠른 속도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팀의 의견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우리는 우리보다 몇 백만년은 더 지속될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공룡을 멸종시켰던 규모의 대멸종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매우 무서운 일이다. 우리는 지금 진화라는 커다란 나무에서 우리가 속해있는 가지까지 잘라내고 있는 것"이라며 "지구의 생태계는 매머드같은 거대 포유류의 멸종으로 이미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조선일보

마다가스카르섬 북부에 서식하는 인드리원숭이. 몸길이 60~70cm로 원원류 중 가장 몸집이 큰 인드리원숭이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 덴마크 오르후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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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지난 4억5000년 간 자연재해 등 급격한 서식환경 변화를 겪으며 5차례의 동·식물 멸종을 겪어왔다. 멸종된 동·식물들의 빈 자리는 그때마다 진화를 통해 살아남은 새로운 종(種)이 메워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6번째 대멸종은 환경 변화가 아닌 인간에 의한 것으로,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진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포유류가 처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현대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종류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종이 다양한 경우에는 한 종이 멸종하더라도 진화를 통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으나, 비슷한 종이 없을 때는 멸종과 함께 진화 계보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데이비스 박사는 "수백 종에 달하는 뾰족뒤쥐 중 한 종이 사라지는 걸 잔가지치기에 비유하자면, 두 종밖에 없는 코끼리가 사라지는 건 두꺼운 가지가 잘리는 것과 같다"며 "약 1만년 전 멸종한 자이언트 나무늘보와 스밀로돈과 같은 거대 포유류는 진화 역사상 매우 독특하다. 이들과 비슷한 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멸종은 곧 ‘지구 진화 나무’에서 아예 잘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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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포유류가 멸종하고 몸집이 작은 포유류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과정. / 덴마크 오르후스대


매머드 등 거대 포유류의 멸종은 이미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주로 먹던 거대 식물, 과일 등이 사라진 게 한 예다. 지구 곳곳에서 늑대들이 사라지면서 코요테같은 작은 포식자들이 번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요테의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그들의 먹이인 새들의 개체 수가 급감하는 등 연쇄적인 먹이사슬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약 1500년쯤 현대 인류가 등장한 이후로 25억년의 포유류 진화 역사가 지워졌다며, 지금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50년 안에 18억년이 더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스 박사는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포유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구팀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진 포유류만 들여다 본 것"이라며 "다른 동물들의 멸종률도 이만큼 높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스토니브룩대의 더글라스 푸투이마 진화과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이 많은 종 뿐 아니라 여러 종의 동·식물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부분 진화적 특이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될 수 있지만, 코끼리같은 특정 종은 한번 멸종되면 다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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