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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후배 판사들이 알아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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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the L] 檢 사실관계 추궁에 대부분 "기억 안 난다·범죄의도 없었다" 혐의 부인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을 밀어내고 있다. 2018.10.16. dahora83@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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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법관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받아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에 대해선 "후배 판사들이 알아서 작성해왔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3차장검사 한동훈)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임 전 차장은 전날 새벽까지 1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느냐" "혐의를 모두 부인하느냐" "판사 사찰 부분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이틀에 걸친 조사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또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판사들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제시한 사실관계를 일부 인정하는 경우에도 범죄 의도가 없었다거나, 당시 휘하 판사들이 알아서 문건을 작성했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에 앞서 소환된 20여명의 전·현직 법원행정처 근무 판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뒤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임했다. 이 기간 임 전 차장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유착한 의혹을 받는다. 일각에선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정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일선 주요 판결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거나 정보를 빼돌려 특정한 결과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해당 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인 2013년 10월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만남을 갖고 재판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법관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9월에는 외교부를 찾아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일청구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일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내용의 외교부 의견서를 제출받아 재판을 연기시키려 기획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선 임 전 차장이 당시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에서도 선고 일정을 앞당기는데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임 전 차장은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 273쪽짜리 'VIP 직권남용 등 관련 법리모음' 문건을 재판연구관에게 작성 지시한 의혹 △박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소송정보 유출 의혹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의혹 등에도 연루돼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여러차례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이 혐의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법원에서 영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아직 구속영장을 발부해준 적이 없다. 이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도 10% 안팎으로, 지난해 평균 90%에 크게 못 미친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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