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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소비하라 해도'…교육비에 올인하는 중국인, 애타는 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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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내 중산층이 확대되며 자녀에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해 중산층의 소비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산층들은 개인을 위한 소비보다 사교육비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점이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글로벌 투자은행(IB) HSB가 15개국 8481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공교육과 별도로 자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공교육과 별도로 자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 비중은 93%에 달했다. 서구권인 미국(46%), 프랑스(32%), 캐나다(32%), 호주(30%), 영국(23%)과 비교했을 땐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학부모의 경우, ‘출세’의 유일한 길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 보고 일류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을 위해, 공교육 외 사교육에도 지출을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전체 2600여 개 대학 중 일류 대학으로 인정받는 대학은 150개 정도다. 한해 1000만명에 가까운 수험생이 이들 일류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6%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은 사실상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학부모들은 추첨 대신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소수의 엘리트 공립 중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에 매진한다.

중국 시나닷컴이 5만20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돈은 평균적으로 가계소득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중국인 에이미 장씨는 연봉이 10만위안(1600만원) 가량이지만 자녀 사교육 지출은 10만위안에 육박한다. 그는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딸아이 교육비 때문에 우리 부부는 100위안(1만6000원)이 넘는 옷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이 부부 수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아이 등록금이 한 해 30만 위안(4900만원)인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엠마 리 씨는 “아이의 사립학교 등록금이 우리 부부의 수입보다 더 많다”며 “현재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구할 때까지는 오직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열 속에 사교육 시장 역시 팽창하고 있다. 중국의 양대 사교육 기업 중 하나인 신동방그룹의 올해 1분기 말 등록 학생 수는 20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늘었다. 경쟁업체인 TAL의 1분기 말 학생 수도 전년 대비 88.7% 증가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소비를 늘려야 하는 만큼, 중산층 가계 대다수가 사교육비만 확대하는 점이 달갑지 않다. 리차오 화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구 소득 증가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중산층은 사교육비 지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UBS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9.1%였던 중국의 실질 소비 증가율은 올해 7.5%로 떨어진 후 내년에는 7.0%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실제로 UBS증권 역시 의약품, 가전제품, 기타 물품 지출이 줄어들며 올해와 내년 소비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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