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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투자 자문서 GDP 전망까지… 원하는 정보 ‘맞춤형 서비스’ [4차 산업혁명과 금융의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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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빅데이터 / 고객 라이프 스타일 최적화 기술/차량 사고 때 사진 보내면 견적 내줘/생애주기별 재무상담·신용 평가 제공/금융사 앱 개발·데이터 랩 창설 나서

세계일보

빅데이터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정 종목과 관련한 긍정뉴스와 부정뉴스의 실시간 비율 변화를 보여주고 각종 투자관련 뉴스를 압축해 정보를 제공한다. 차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대 차량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도 보험사에 사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인공지능(AI)이 그동안의 사고 데이터들을 분석해 견적을 내준다(한화손해보험 등). 요청도 안 했는데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커피전문점의 쿠폰이 카드사 앱을 통해 들어와 있다(BC카드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사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대상도 달라졌다. 최근 맥도널드는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제공한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근거로 아침메뉴 제공시간을 대폭 늘렸다. 2015년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분석회사인 APT(Applied Predictive Technologies)를 인수한 마스터카드는 지역 대표성을 지닌 다양한 점포들을 선별해 아침메뉴 제공 시간에 따른 고객의 카드소비 행태와 액수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머신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기법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아침메뉴를 시킨 사람들은 추가 주문을 하는 경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침메뉴 제공시간을 늘릴수록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한 맥도널드는 아침메뉴를 하루 종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이 사고하고, 미래를 예측·결정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상의 거래와 정보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정확한 경기예측과 효과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는 완화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 등을 막을 방안을 강구할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일보

◆소비자 편익 높이는 금융 빅데이터

최근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투자상품 제공은 물론 생애주기를 고려한 온라인 재무상담 프로그램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스크 관리가 정교해짐에 따라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 금융상품에 가입할 기회도 확대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대우는 구글트렌드, 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비정형 정보분석과 함께 각국 경제지표, 기업별 재무제표, 수익률과 투자자의 성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온라인에서 맞춤형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앱을 운영하고 있다. 수익률이 특히 높았던 ‘투자고수들’이 선택한 종목들을 참고사항으로 보여주고, 긍정어와 부정어 사전을 구축해 종목별로 긍정어가 많았던 기사와 부정어가 많았던 기사의 비율이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알려준다. 고객이 콜센터에 문의한 내역을 텍스트 파일로 전환해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찾아 상담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김남영 미래에셋대우 디지털금융부문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도입에 맞춰 고객의 금융자산과 투자성향을 AI로 분석해 국내외 우량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종 공공데이터, 소셜데이터, 전자상거래 정보 등 보다 다양한 외부정보의 분석과 활용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최근 설립한 데이터 애널리스틱스랩은 소비자의 행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데이터들을 모아 모회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에 더해 풍부한 고객행태 정보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더 수준높은 맞춤형 제안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역시 마케팅에서부터 고객관리, 정교한 신용평가 등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와 활발히 손잡고 혁신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핀테크 기업 에이젠글로벌과 협력해 AI 예측모형을 이용한 신용평가를 도입하고,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점별 혼잡도를 알려주는 혼잡예보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는 양날의 칼이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어떻게 활용되느냐가 문제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도구인 알고리즘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주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시장을 파괴하는 폭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잘못 설계된 금융상품의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보여줬다. 알고리즘은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의 가치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데는 능숙했지만 막상 금융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쓰레기 채권들의 가격조차 제대로 산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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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경기예측 등에 활용되는 빅데이터

빅데이터 분석 기술 발달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예측하고,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방식 역시 바뀌고 있다. 각종 상거래, 소셜 데이터, 포털 사이트 정보 등이 정책 수립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각국 중앙은행의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인 센트럴 뱅킹(Central Banking)이 올해 세계 각국 130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중 56%가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영구 영역(39%)이라고 답하거나 보조지표로만 활용한다고 응답한 경우(37%)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정책수립 등을 위한 핵심 정보로 사용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24%에 이르렀다. 금융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소비와 투자를 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정교한 경기진단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16년 4월부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1주일 단위로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추정하는 뉴스캐스팅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 영국 등도 GDP 추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흥국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태국에서는 온라인 구직사이트에서 분석한 정보 등을 취업률 지표를 수립하는 데 활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상거래정보, 소셜미디어상의 대화정보 등을 금리동향을 파악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세계일보

◆빅데이터 관련 규제완화, 데이터 개방화 시급

이처럼 민간금융기관은 물론 중앙은행까지 빅데이터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아직까지 한계도 분명하다. 은행의 내부망과 외부망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한국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각종 공공 데이터, 소셜 데이터 등 외부 데이터와 자사가 보유한 금융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개인정보의 적합한 비식별화 수준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고 비식별화한 개인정보의 활용이 가이드라인으로만 명시되어 있어 실제 이용은 잘 되고 있지 않다. 이종 간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고객별 ‘360도 정밀 분석’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같은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10월 중순 이종 간 데이터 결합, 비식별화한 개인정보의 활용과 거래를 허용하는 정보보호3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개인이 내 정보를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정보를 삭제할 권리 등을 포함한 ‘마이데이터’ 사업도 추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법 개정 외에도 추진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인정보의 범위를 너무 좁히는 것이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최근 차량의 고유번호라 할 수 있는 차대번호를 활용해 차량에 따라 비슷한 위험 상황에서 타격에 견뎌 내는 능력 등 안정성을 현대차와 연구한 적이 있었지만 차대번호가 개인정보로 분류되면서 결국 연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산업발달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측면이 많은데 지나치게 닫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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