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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재재재재보충질의'까지 이어가던 그들의 열정, 이젠 상시국감으로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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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의사진행 발언을 할 거리예요?” “듣기 싫으면 나가세요!”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불법시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주민들 사면‧복권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판도 안 끝났는데 사면·복권을 논하는 건 ‘재판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격분했다. 국감장은 곧장 ‘말 폭탄’을 주고받는 전쟁터가 됐다.

1년 만에 열린 국감은 법무부 산하 기관보고도 없이 오전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각자 허기진 배를 채우러 식당에 갔다. 오후 2시가 넘어 재개된 국감에서는 여야가 박상기 법무장관을 상대로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질의를 쏟아냈다. 매년 봐왔던 풍경이다.

오후 5시가 지나자 갑자기 국감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 의원은 “서울과 인천, 부산구치소 수용인원 과밀도가 130%에 달한다”며 열악한 교정시설 실태를 지적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도관 1인당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42시간에 달한다. 교도소가 늘어나도 배치할 교도관이 없다”고 추궁했다. 박 장관은 두 의원 지적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국감장엔 모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주 질의에 이어 보충질의→재보충질의→재재보충질의→재재재보충질의를 이어갔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재재재재보충질의’까지 했다. 국감은 오후 10시4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의원들 활약상이 볼썽사나운 장면에 가려진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세계일보

배민영 사회부 기자


이날 국감에서 나온 여러 지적은 현안마다 집중적인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백화점식으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각종 질의에 주무부처는 깊이 있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국정감시 본연의 역할을 위해 ‘상시 국감’으로 가자는 말이 나온 지 10년도 넘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국감을 열어 살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국회와 정부를 보며 뿌듯하지 않을까. 법무부 국감을 지켜보면서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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