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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韓美 금리차 확대→외국인 매도→원화 하락…악순환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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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자금 이탈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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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외 금리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으나 지난달 이마저도 반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국인 자금 동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과 채권에서 외국인 자금이 동시에 이탈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 매력이 떨어진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또다시 빠져나가는 심각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한국과 달리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코리아 머니 엑소더스'가 가시화하면 코스피 2100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1.5 ~1.75%로 올려 연 1.5%인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기준 시장금리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역전된 상태였다. 시장금리가 역전되면 돈 흐름도 금리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외국인 자금 유입은 연초부터 꾸준했다. 지난 8월에는 2조원 이상 순유입되기도 했다. 한국은행과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내외 금리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반전이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양국 간 실질금리 격차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2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161%로 지난 6월 말(2.860%) 대비 0.301%포인트(0.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는 2.55%에서 2.40%로 0.155%포인트(0.06%) 떨어졌다. 불과 석 달 반 사이에 양국 국채 금리 격차가 0.310%포인트에서 0.761%포인트로 두 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외환시장에서 환위험을 헤지하고 들어오는 데 사용하는 스왑 레이트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스왑 레이트는 달러를 원화로 1년간 교환(스왑)하는 데 적용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달러 스왑 레이트가 -1.5%라면 1년 후 원화값이 달러에 비해 1.5% 정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외국인이 1억달러를 투자하면 금리차가 0.75% 있더라도 1.5%만큼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다. 그런데 한때 -1.40%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스왑 레이트가 최근 -1.01%까지 올라섰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금리차를 견딜 유인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이머징 마켓에서는 주식과 채권시장 양쪽에서 전반적인 '셀오프(매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 기준(10월 12일)으로 보면 올 들어 미국 채권은 -3.1%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머징 마켓 국채는 -5.1%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이 5.7% 수익을 낼 때 이머징 마켓 주식은 -12.9%로 고꾸라졌다.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으로선 이머징 마켓 자산은 손절매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함께 내다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 올 들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코스피도 2100선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난달 채권 만기가 몰리면서 외국인 채권 보유 잔액 자체가 줄었다는 것은 다행인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채권 자금 유출은 일시적으로 4조원 넘는 만기 상환이 몰리면서 연장계약이 일부 지연된 것으로 아직 대량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대부분은 외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원화 자산에 장기투자하는 곳으로, 자금 유출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진영태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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