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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존엄의 알파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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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콜트·콜텍 예술행동 프로젝트…

자본의 횡포에 맞서 ‘자기 몫’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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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만드는 회사 콜트·콜텍의 해고노동자들 투쟁이 2018년 10월10일로 4270일을 맞았다. 나는 예술가들과 함께 9월14일부터 20일까지 7일간 인도네시아 콜트악기 공장 앞에서 ‘예술행동 프로젝트’를 벌였다.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쌓은 왕국을 직접 확인하고, 예술로 사회문제에 개입·기록·재현·재구성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 했다. 또한 한국적 노무관리가 반복되는 공장 앞에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현실화된 유토피아) 콘셉트의 존엄한 인간이 이웃 관계로 만나는 ‘일시적 장소’를 열고 싶었다.

불확실한 조건과 번번이 긴급하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예술행동의 기준을 세웠다. 하나는 이곳 노동자들의 삶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 둘째, 사회적 이슈에 개입하면서 윤리적 태도를 잃지 않는 것. 셋째,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찾기 바라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 넷째는 점진적으로 예술행동 수위를 높이는 것이었다.

처음 며칠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하루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소극적이지만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낯선 우리에게 환한 웃음으로 답하는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어 본격적인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공장 맞은쪽에 ‘일시적 장소’를 열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읽고, 기록했다. 회사가 분진과 유기용제 사용이 많은 공정에도 면 마스크만 주는 데 착안해, 노동 착취의 상징이자 노동자 권리를 의미하는 글자가 새겨진 방진 마스크를 나누었다. 생활의 불편에 개입하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었다. 이 기록은 인간 존엄에 관한 문장들로 재배치돼 ‘자기 몫’을 찾은 주체로서 노동자들을 재현할 것이다.

콜트가 보이는 근처 빈 공장에선 처음 뮤지션으로 무대에 섰던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사진을 걸고 전시회를 열었다. 예술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귀환한 이주노동자, 인도네시아 콜트(PT CORT) 노동자들, 12년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노선에 서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덕분이다. 우리는 예술행동이 국경 넘어 자본의 횡포 속에서 ‘자기 몫’을 찾는 이들의 변곡점이 되길 기대하며, 인도네시아 공장 앞에서 ‘NO CORT’를 이루는 글자 하나하나가 되었다. 미약하지만 콜트·콜텍 노동자, 자기 몫을 찾는 이들을 지지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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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케르토(인도네시아)=사진 노순택

정택용 사진가,

정윤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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