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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우디 야심작 '사막의 다보스' 휘청…카슈끄지 실종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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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등 기업·언론 불참 줄이어…참여계획 기업에 '압박'

작년 IMF 총재 등 2천500명 성황…사우디 "제재 부과 시 보복"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실종 사건의 여파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특히 사우디 실세 왕세자가 세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 개혁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야심 찬 국제행사는 개막을 앞두고 오히려 글로벌 기업이나 언론이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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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개막식에 나온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AP=연합뉴스]



글로벌 기업들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잇따라 불참 선언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각각 FII 불참을 발표했다.

두 회사 측은 최고 경영진의 불참 사유를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며, 카슈끄지 실종이 불참의 주요 요인인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3일 일정으로 열리는 FII 행사는 세계 경제계의 주요 인사가 대거 모이는 관계로 '사막의 다보스' 혹은 '사우디판 다보스'로 불린다.

이 행사는 사우디에서 드물게 열리는 국제행사로, '석유 왕국' 사우디의 폐쇄적 경제구조를 개방, 다원화하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드와 JP모건에 앞서 주요 기업 지도자의 불참 선언이 이어진 바 있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거대 콘텐츠 회사인 비아콤의 밥 배키시 CEO, AOL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 등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불참 선언은 골드만삭스나 마스터카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다른 미국 기업들의 참석 계획에도 압박을 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의 빌 윈터스 CEO는 참석 입장을 고수했다.

또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사우디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 영국의 대표로 참석할 예정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도 불참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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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앞 시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주요 언론들의 취재 거부도 이어졌다.

미국의 CNN과 CNBC,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언론사도 취재, 보도 계획을 접었으며,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참석 결정을 재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II 측은 지난해 "일부 연설자와 파트너들이 불참하기로 해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전 세계의 수천 명의 연설자와 손님 등이 리야드에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행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해 므누신 재무장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테판 슈워츠만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65개국에서 2천500여 명의 유력 인사가 참석했다.

또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개막일 첫 행사로 열린 패널 토론에 직접 참가, 5천억 달러(약 564조원) 규모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지내온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터키 측은 카슈끄지가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우디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살해됐다면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사우디는 14일 카슈끄지 실종 문제로 제재가 부과되면 단호히 보복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4일 사우디 주가지수(타다울)는 장 초반 7%까지 폭락했다가 점차 낙폭을 줄여 3.5% 하락했다.

한편, 사우디의 살만 국왕은 이날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자신의 양국 합동수사 제안을 수용해 준 데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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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 앞 모습[AFP=연합뉴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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