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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언론인 피살’ 서방국 압박에...사우디 “협박하면 더 강하게 맞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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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카쇼기(59) 기자 실종사건’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서방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된 그의 행방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는 직접적인 살해 가담 등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많은 정부와 기업이 사우디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한 시위자가 2018년 10월 5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있다. /WP


영국, 독일, 프랑스 외교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카쇼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모든 정황이 사우디 정부를 이 사건의 배후로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3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백하게 밝힌 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카쇼기 사건에 대해 "끔찍하다"라고 표현하며 "그것(사우디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고 가혹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일부 미국 내 의원들은 "사우디에 군사장비 및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스스로에 벌을 주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정부를 향한 모든 의혹은 거짓이며 근거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4일에도 성명을 통해 "왕국은 경제적 제재든, 정치적 압력이든, 아니면 거짓 의혹제기든 협박과 우리를 해치려는 시도를 결단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행동의 타깃이 된다면 그보다 강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을 확언한다"고 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현지 언론을 통해 카쇼기 살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사우디에 여러 차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카쇼기가 영사관에 들어가기 전 애플워치 녹음 기능을 켜 두었고 이 파일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망 당시 현장음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우디 왕실이 어렵게 쌓아온 개혁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 기세다. 당장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다.

카쇼기는 그동안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써 왔다. 지난해부터 사우디 정부의 체포를 우려해 미국 등 해외에 머물러 오다가 약혼자와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한 뒤 연락이 끊겼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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