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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투자노트] 무덤덤한 공포지수가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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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 일각에서는 무덤덤한 추이를 보이는 변동성지수(VIX)가 화제다. 지난주 주식시장은 혼돈의 일주일을 보냈는데, 의외로 VIX는 탄탄했다. 12일 기준 VIX는 17.18로 지난 2월 고점 28.34보다 40%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옵션만기일(11일) 전에는 지수가 흘러내리는데도 불구하고 10포인트대 초반에 머물렀다.

물론 투매장이었던 옵션만기일엔 급등했는데,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덜 움직인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변동성지수는 흔히 공포지수로 불린다. 이 말 그대로 갖다 붙이면 '지금 증시는 하락하고 있지만 공포스럽지는 않다'로 요약 가능하다. 공포지수는 왜 덤덤할까.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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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포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공포지수, 즉 변동성지수는 지수 옵션 가격에 내재된 변동성을 가지고 계산한다.

12일 반등하긴 했지만, 현 지수대가 공포스럽지 않다고 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지금 변동성지수에 어떤 왜곡 요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발간한 10월 만기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9월 만기 이후 글로벌 증시는 미국 10년물 금리 급등 등 복병이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하지만 변동성은 굳건하다. 오히려 하락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양매도 상품의 급성장에 따른 수급 이슈 때문일 수 있다. 일단 변동성지수에서 발견되는 이상 시그널은 없다"고 했다.

양매도 상품 급성장이 착시 효과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투의 양매도 ETN 외에도 여러 증권사에서 양매도 ETN을 내놓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전문투자자들도 양매도 전략을 채택하면서 조단위 자금이 양매도 전략 아래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김철상 쥬라기투자아카데미 대표는 "일부 증권사의 양매도 ETN이 인기를 끌면서 투신과 증권, 기타법인 중 일부가 똑같이 양매도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결국 외국인은 양매수 전략을 취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외국인은 지난 만기 때 돈을 벌었고 투신은 200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옵션 양매도는 비과세라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다. 즉, 자산가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비과세 상품을 선택하면서 저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식 현물, 종목 옵션을 매매해 ELS와 유사한 수익을 내는 ELS 복제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이 역시 비과세다). 이외 다양한 차익거래전략(Arbitrage trading) 상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중수익을 추구하고 있고,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래는 리스키한데 양극단을 동시에 추종하면서 비과세 혜택 아래 중수익을 내는 신상품이 잇따라 태어나고 있다. 장이 계속 안정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번 터지면 속수무책으로 흔들릴 수 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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