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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박종면칼럼]하나의 신한, 두개의 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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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채용비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이 구속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할 것이다. 조 회장이 구속됐다면 현실적으로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후임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신용카드·생보사 등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채용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예고돼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가정이긴 하지만 신한금융은 외부에서 그룹 수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외부 인사가 그룹 회장으로 온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는 과거 KB금융그룹을 보면 잘 알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었다.

애초 신한금융은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한 발 비켜서 있었다. 우리은행, 하나금융그룹, KB금융 등이 고초를 겪을 때도 신한금융은 아무 일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2차례 검사도 잘 넘겼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8년 전 이른바 ‘신한사태’에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측에서 내부의 채용관련 비리를 언론에 제보했고 이를 계기로 평소 신한금융에 부정적이던 김기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의 지시로 특별검사가 시작됐다.

조용병 회장을 구속 직전으로까지 몰고 가고 은행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업무와 관련해 간부직원이 구속되는 상황을 초래한 신한금융 채용비리 사태 역시 우리은행처럼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신한사태가 일어난 지 무려 8년이 지나고 이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 그동안 받지 못한 스톡옵션까지 모두 챙겨갔지만 관련자들은 아직도 그 마음을 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게 진정으로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내부의 적, 이를테면 왕비나 태자, 총애하는 신하 때문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이 지금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나라도 기업도 가정도 개인도 모두 자기가 스스로를 먼저 짓밟은 연후에 남들이 짓밟고 파멸시키는 것이다.

은혜가 원수를 낳는다. 역사적으로 반역자는 대부분 가까이 두고 극진히 대한 사람이다. 황제는 대부분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손에 죽었고 사업은 대개 가장 친한 사람 때문에 실패한다. 화(禍)도 복(福)도 문(門)이 없다. 화복은 모두 자초한 것이다.

회장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하나금융과 KB금융은 수장들이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다행스럽게 기소조차 되지 않고 무혐의로 끝났다. 구속기소돼 조사를 받은 인사 담당자들이 하나같이 윗선의 개입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은 서로 대질신문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One) 신한’이 아닌 ‘두 개의 신한’이 되고 만 것이다.

신한사태와 관련해 8년이 지난 지금도 삭지 않은 분노로 내부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고 이로 인해 그룹 전체가 흔들리면서 동우회 등에서는 상종 못할 사람들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굴 탓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조용병 회장이 당부했듯이 어떤 위기가 닥쳐도 흔들림 없이 ‘원(One) 신한’의 힘을 바탕으로 하나가 돼 극복하는 의지가 발현돼야 할 것이다. 신한금융은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말부터 조 회장의 임기만료로 재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말까지가 아주 중요하다. 이 기간에도 신한금융을 흔드는 음모는 계속될 것이다. 신한맨들은 눈은 자더라도 마음은 자지 말고 깨어 지켜야 한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영원히 전망이 없다.

박종면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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