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이쓰키 히로유키의 에세이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가 지방에 강연 갔을 때이다. 동행한 방송국의 여성 프로듀서가 “선생님, 사회의 창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퍼가 열린 것도 부끄러웠지만, 나이 어린 프로듀서가 ‘사회의 창이 열렸다’란, 지금은 잘 쓰지 않아 사어(死語)에 가까운 속어를 알고 있는 데 더 놀란 그였다. 1948년부터 1960년까지 방송된 NHK 라디오 프로그램 ‘사회의 창’은 일본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는데, 중요한 것을 감추는 장소라는 이미지로 변하면서 남자 바지의 지퍼라는 뜻도 갖게 됐다.
밖에 나서기 전 ‘남대문’을 체크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여간해서는 없지만, 경황이 없으면 가끔씩 문을 열고 다닌다. ‘사회의 창’, 댐 잘 닫읍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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