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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처음 가는 길은 항상 설렙니다"… 마지막 길까지 함께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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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 김창호 대장]

"새로운 대상지가 생기면 항상 설렙니다. 등반 잘하고 오겠습니다."

이번 원정에서 장비를 담당한 유영직(51)씨는 지난달 추석 당일인 24일 자기 페이스북에 근황을 알렸다. 유씨는 "도전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고 적었다. 이 메시지는 유씨의 마지막 인사가 됐다.

조선일보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 웨이(Korean way) 구르자히말 원정대’가 지난달 19일 원정을 떠나기 전 찍은 기념사진. 왼쪽부터 임일진 감독, 유영직씨, 김창호 대장,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이재훈씨. /한국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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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와 20여 년 동안 등산을 함께해온 서충진(59)씨는 본지 통화에서 "몸만 다치지 말고 돌아와 달라고 말했었는데…. 참담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했다. 서씨가 기억하는 유씨는 늘 도전하는 산악인이었다. 이번 원정대 중 최연장자였던 유씨는 지난 2008년 인도 쉬블링(6543m), 2011년 네팔 마칼루(8463m), 2013년 네팔 아마다블람(6859m) 동벽 신루트를 등반한 베테랑 산악인이다. 올해 5월엔 히말라야 임자체(6189m)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다. 2남3녀 중 셋째인 유씨는 미혼으로, 거동이 불편한 80대 어머니를 홀로 모셔왔다. 작년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뒤부터는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평소엔 목공 일을 다니며 어머니 생계를 책임졌다. 서씨는 "산악회 선후배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던 유씨를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말했다.

부경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이재훈(24)씨는 이번 원정에서 식량과 의료 지원을 담당했다. 학교 산악부에서 산악인 꿈을 키워온 이씨는 2016년 중국 거니에신(6204m)에 이어 지난해엔 인도 다람수라(6446m)·팝수라(6451m) 신루트 개척에 성공했다.

현지에서 대원들 격려차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는 이번 원정을 후원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홍건 한국산악회 고문은 정씨와 함께 베이스캠프를 향하던 중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호텔로 돌아가 다행히 화를 면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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