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에게 등반 사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창호는 2007년에도 에베레스트 정상 직전 캠프에 있었다. 무전기에서 근처 캠프에서 자던 박영석 원정대 대원 둘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김 대장은 정상 공격을 포기하고 시신 수습을 돕기 위해 철수했다. 7년 전 박영석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됐을 때도 김창호는 구조대에 자원했다. 박영석은 2001년 히말라야 14좌(座)를 완등한 한국 산악계의 전설이었다. 수색 작업에 나선 김창호는 절벽을 오르다 로프가 빠지는 바람에 큰 사고까지 당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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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대장이 엊그제 네팔 구르자히말 산에서 조난당해 숨졌다. 기존 등반로가 아닌 새 루트를 뚫는 길에 나선 터였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새 등반로를 개척하는 '코리안 웨이'의 선구자였다. 두 해 전 네팔 강가푸르나 남벽에도 신(新)루트를 개척했다. 이런 공로로 작년 산악계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황금피켈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김창호 대장은 4년 전 조선일보가 통일의 꿈을 내걸고 유럽과 아시아 1만5000㎞를 달린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대장정 원정대를 책임졌다. 베를린서 출발한 원정대가 우랄산맥과 시베리아를 건너 고비사막, 만리장성을 거치는 동안 대원들을 다독이며 일으켜 세웠다. 김 대장은 "원정대 제1 목표는 대원 모두가 무사히 원정을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다짐대로 한 사람의 낙오 없이 96일간의 원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From home to home' 김창호 대장은 "가장 성공한 원정은 대원 모두가 집 문을 열고 나가서 닫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런 베테랑도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모양이다. 한 해 전 본지 인터뷰에서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그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른다"고 했다. 후배 산악인들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나선 그의 도전에서 답을 헤아렸을 것 같다.
[김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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