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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구글마켓 1위 게임, 대구 동성로 골목서 만들었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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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구시청별관에 위치한 인디게임사 코스믹아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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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만 있으면 게임은 어디서든 만들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간섭하지 않습니다." 지난 12일 대구에서 만난 인디게임 개발사 코스믹아울의 백상진 대표(32)는 PC 3대가 옹기종기 붙어 있는 16.5㎡(5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시청별관에 위치한 코스믹아울 사무실은 대구시가 창업 기업에 입주 공간을 지원해주는 스마트벤처캠퍼스 내 공간이다.

백 대표는 "임차료와 전기요금 등 입주 비용이 지원되니 끼니만 해결하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서 "밥만 먹고 게임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백 대표는 직원 2명과 함께 모바일 게임 코스믹워즈를 만들었다. 황폐한 우주를 모험하며 얻은 자원으로 함선을 구축하는 전략 게임인데 '우주'라는 생소한 소재와 SF 느낌이 가득한 개성적 디자인으로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켰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다운로드 6만5000건을 기록했으며, 구글플레이가 주최하는 인디게임 경진대회 '구글 인디게임페스티벌'에서 톱3에 들었다.

창의력과 개성으로 똘똘 뭉친 인디게임들이 지방 도시 대구에서 탄생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여 있는 수도 서울, 게임 메카 판교, 게임 도시 부산 등 '주류 도시'와 동떨어진 대구에서 소자본으로 만든 인디게임이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백 대표는 "내가 원하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게 인디게임 정신"이라며 "물가가 싼 대구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뚝심 있게 도전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 구글플레이에 출시돼 RPG(역할수행) 장르 1위를 기록한 '로드오브다이스'를 만든 엔젤게임스도 창업 당시부터 줄곧 대구에 뿌리내린 개발사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대구글로벌게임센터'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지역 대표 모바일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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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아울 백상진 대표


올해 3월 출시돼 일본·대만·홍콩에서 유료 게임 부문 1위를 기록한 던전메이커는 대구 동성로 작은 골목에서 직원 4명이 만든 게임이다. 던전메이커 개발사 게임코스터의 김국환 대표는 넉넉하지 않은 생활 탓에 상경을 포기하고 대구에서 창업했다. 대구 할머니집에서 밤낮을 매달려 인디게임 '던전지키기'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글로벌 출시로 억대 수익을 올렸다. 그 돈으로 대구에 사무실을 얻어 직원 4명과 4개월 만에 만든 '던전메이커'가 출시 2개월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25만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스믹아울도 대구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코스믹아울을 창업한 백 대표와 김태경 프로그래머는 판교 중견 게임사에서 4년간 근무했다. 큰 규모 회사였지만 삶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백 대표는 "성인 맞고(고스톱게임)처럼 회사가 요구하는 게임을 찍어내듯 만드는 시스템에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자며 과감히 사표를 내고 대구로 향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반지하 공간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대구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꾸준히 응모했다. 백 대표는 "스마트벤처캠퍼스 지원을 받고 있어서 사무실은 해결됐기 때문에 끼니만 해결하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절치부심 끝에 만든 작품이 코스믹워즈다. 백 대표는 "우리같이 특출나지 않은 사람들도 6만5000명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했다. 현재 코스믹워즈는 일본, 북미 등 글로벌 진출을 준비중이다.

[대구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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