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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미국, 대일 무역협상 압박 세졌다…이번엔 ‘환율 조항’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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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므누신 장관 “환율 조항 일본도 예외 아냐”

엔화 가치 약세 혜택 일본 당혹

트럼프 행정부 대일 압박 강화



한겨레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협정에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을 막는 ‘환율 조항’을 넣을 의사를 밝혀서, 일본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서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환율조항’이 미-일 무역협정에 들어가면 일본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기자단에 “앞으로 무역 교섭에서는 모든 나라와 ‘환율 조항’에 대해서 협의하겠다.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양자 무역협정인 ‘미-일 상품무역협정’(TAG·Trade Agreement on Goods)에 환율 조항을 넣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므누신 장관이 환율 조항을 강조한 배경에는 최근 달러 가치 강세 현상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3월30일 89.9까지 내려앉았다가 최근 95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 중국 상품에 잇따라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 현상으로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환율 개입을 포함한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일본은 환율 조항 삽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율 조항이 미-일 상품무역협정에 들어가면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 호황의 배경인 달러 대비 엔화 약세 현상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정상회담 때도 일본 언론에서 환율 조항을 미국이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는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689억달러에 이르는 적자가 난 대일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라며 일본에 전방위로 압력을 넣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가 그동안 거부해오던 양자 무역협정인 미-일 상품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받아들였다. 일본은 미국과 양자 협상을 해도 미국 농산물에 대해서 일본이 기존에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유럽연합과의 경제연대협정(EPA) 수준 이상의 시장 개방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소니 퍼듀 미 농무부 장관은 지난 4일 경제연대협정 이상 관세율 인하를 일본에 요구할 생각을 나타냈다.

환율 조항 문제는 최근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논란이 됐다. 백악관이 지난달 2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배포한 팩트 시트(Fact Sheet)에 한국이 불공정한 환율 개입을 하지 않기로 ‘양해’(understanding)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원론적인 내용일 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환율 조항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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