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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침묵 깬 볼턴 “2~3개월 내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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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대북문제 언급 ‘北 압박 신호’ 분석… 북미 실무협상 난항 예고

한국일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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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긍정 평가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는 한 달여간 침묵하다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마무리되자 대북 문제를 언급하고 나온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흐름이 순항하면 침묵하던 그가 다시 등판한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앞으로 두 세달 안에(in the next couple of months)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북미 정상회담을 11월 중간선거 이후 갖겠다고 밝힌 지 3일만에 두 세달이란 시기를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느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시 논의가 있었으며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실무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시기와 날짜는 이쪽에서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언급은 2차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북미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에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한 데 비춰 보면 시일을 지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로 회담을 미루는 결정을 하자 그가 다시 대북 문제에 입을 연 것도 이 같은 회담 지연과 무관치 않다. 그는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이나 제재 완화에 반대하면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대북 군사력 사용 가능성과 최대 압박 정책이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며 우회적으로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에 대한 거부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문은 열려있으며 북한은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북한이 그 문으로 나온다면, 북한 주민의 미래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외교를) 낙관하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짐 매티스 국방장관도, 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정상회담의 문은 열려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실제 정상회담 성사까지 북미간 실무 협상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이 대북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타이밍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4월 백악관 입성 후 ‘리비아 핵 포기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해왔던 그는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사 국면에선 입을 닫았다. 당시 리비아 모델 언급으로 북한이 강력 반발하자,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열의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6월 말 후부터 후속 협상이 삐걱 되자 다시 입을 연 그는 ‘1년 내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며 줄곧 북한의 빠른 선(先)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9월초 김 위원장의 친서에 화답하며 2차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자 북한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때문에 그의 등판 자체가 북미 협상 난항과 힘겨루기 정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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