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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편의점의 바텐더_아홉 번째 잔]칵테일에서 밥 짓는 향기가? ‘햇반+기네스’ 의외의 꿀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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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운 골목에 혼자서 불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 만일 이곳에서 누군가 오직 나만을 위한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 내민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바텐더들이 말이다.

지난 4월 글로벌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주최한 세계 최대 바텐더 대회 ‘월드 클래스 2018’ 예선전에서는 이런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다. 국내 유수의 호텔과 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텐더들이 ‘편의점에서 1만 원 이내로 구할 수 있는 부재료만으로 수준급 칵테일을 선보이라’는 과제에 맞춰 기상천외한 레시피를 선보인 것. 홈술족·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그리고 기자 개인의 호기심을 조금 보태 서울경제신문은 월드 클래스 2018 국내 결선에 오른 바텐더 10인의 ‘편의점 칵테일’ 레시피를 10주에 걸쳐 소개한다. 아울러 칵테일에 관한 지식과 각종 팁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늘 마시던 맥주 한 캔이 아닌, 특별한 칵테일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홉 번째 잔_즉석밥 시럽을 넣은 흑맥주 칵테일 ‘연집 119.5 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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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 날달걀, 버터와 콘스프까지. 지금껏 편의점의 바텐더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재료를 사용한 신박한 칵테일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재료면에서는 오늘 소개할 연집 119.5 sec이 가장 독특한 것 같다. 준비물은 즉석밥(!)과 허브맛 소금(!!)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다. 특히, 이번 편은 편의점의 바텐더 9회 만에 처음으로 베이스로 사용되는 술까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베이스는 바로 흑맥주의 대명사 ‘기네스’.

칵테일의 이름 ‘연집 119.5sec’은 기네스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기네스는 199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을 위로한 고향의 술이었다. 이번 칵테일을 선보인 이동환 바텐더는 이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온 조선족을 떠올렸다고 한다. 연집은 조선족의 고향 연변의 옛 지명으로 자욱한 산 안개와 저녁때가 되면 밥 짓는 연기가 자욱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뒤에 붙은 119.5sec는 칵테일 베이스인 기네스를 완벽하게 잔에 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인 119.5초에서 따왔다. 더불어 벅찬 하루를 보내며 편의점에서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서둘러 끼니를 때우는 이민자의 삶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밥 짓는 그리운 향기를 담다=이동환 바텐더는 즉석밥 코디얼(유럽식 농축 시럽)을 활용해 그리운 밥 짓는 향기를 칵테일에 담았다. 핵심 재료 겸 가니시로 사용하는 즉석밥 코디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즉석밥 210g에 물 100g, 백설탕 100g을 같이 넣고 끓여서 죽처럼 만든 뒤 충분히 식힌 다음, 명주천으로 걸러내어 냉장고에 식힌다. (왠지 아침햇살 같은 쌀음료를 졸여서 사용해도 비슷한 느낌이 날 듯하다.) 기네스 250㎖와 초콜릿이 코팅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개, 즉석밥 코디얼 20㎖를 뚜껑 있는 물통에 같이 넣고 가볍게 셰이킹한다. 어느 정도 잘 섞였다면 비어 있는 기네스 캔에 다시 붓는다.

사용하고 남은 즉석밥 코디얼은 가니시로 사용한다. 올리브유를 소량 넣고 블렌더로 갈아 쌀 거품을 내어 기네스 캔 위에 올려주면 기네스 맥주의 부드러운 거품을 연상시킨다. 느끼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의 질감과 단맛은 허브 소금을 뿌려 단짠의 밸런스를 맞춰준다. 성중용 디아지오 바아카데미 원장은 “기네스의 풍미와 부드러운 거품의 특징을 살리되, 의외의 재료인 즉석밥 코디얼을 사용해 집밥의 따뜻한 느낌을 표현한 아이디어가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스크림이 섞인 탓에 묵직하고 크리미한 목 넘김을 즐길 수 있고, 밥물에서 배어 나온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칵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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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캔 안에 든 플라스틱 볼···‘질소’가 들어있다고?
=오늘의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된 250년 역사의 세계 1위 흑맥주 기네스는 짙은 검은색의 맥주와 대비되는 크리미한 거품의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기네스는 이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맥주와 달리 질소혼합가스를 사용한다. 기네스는 캔으로 마실 때에도 이 묵직한 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 볼 ‘위젯’(사진)을 맥주와 함께 넣어 판매한다. 기네스를 다 마시고 나면 캔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남아있는 물건의 정체다. 이 볼 안에는 소량에 질소가 들어있는데, 캔이 열려 캔 안의 압력이 줄어들면 위젯에서 나온 질소가 맥주와 섞이며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낸다. 새하얀 거품 모자(?)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한 기네스만의 따르는 법도 있다. 기네스는 이를 ‘119.5초의 추출’이라고 부른다. 일단 캔을 따서 위젯에서 질소가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린 후 잔을 살짝 기울여서 80% 정도를 따른다. 잠시 기다린 후 나머지 맥주를 부으면 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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