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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지금 무슨 책 읽으세요]“물리·천문학을 문화대혁명과 버무린 SF…중국 소설 수준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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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물리학자·경희대 교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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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읽는 책은.

“중국의 류츠신이 쓴 과학소설(SF) <삼체>(단숨)다. 너무 재미있다.”

- 무슨 책인가.

“작가가 2015년 아시아인 최초로는 SF 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휴고상을 수상했을 만큼 유명한 소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도 중국 소설이 이런 단계에 이르렀구나 싶어서 놀랐다.”

- 특히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텐데…. 소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인과 지적 소통을 주고받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가상현실이다. 스케일이 엄청나게 크다. SF도 소설이므로, 글을 통해 시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다만 과학기술이라는 장치를 사용할 뿐이다. <삼체>는 고도 물리학을 다루고 있어 ‘하드 SF’에 가깝다. 읽기에 다소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작가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물리학적 내용을 잘 안다. 소설에 물리학과 천문학의 전 역사, 문화대혁명의 역사가 다 담겨 있다.”

- 원래 소설을 즐겨 읽나.

“그렇진 않다. 주로 논픽션을 읽고, 소설은 오히려 <내 이름은 빨강>(민음사)과 같이 감성적인 책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만날 과학 책을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최근엔 방송 출연 때문에 김영하 작가 소설도 찾아 읽었다.”

경향신문

- 과학 책 중에서 추천하는 책은.

“항상 추천하는 책은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지호)다.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가 인문학적으로 쓴 과학책이라면, <원더풀 사이언스>는 과학에 대한 열정이 뚝뚝 묻어난다. 과학 하는 사람들은 읽으면서 눈물이 날 것이다.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과학자들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과학 교양서 저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혼자서 즐겨도 되는데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과학에 대해 느낀 좋은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다. 가능한 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주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양자역학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앞에 놓인 책상을 언급하는 것이다. 또 어떤 지식을 더 알려줄까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것을 뺄 수 있을까에 주력한다. 더 이상 빼면 이해가 되지 않을 지점까지 내용을 덜어내는 것이다.”

- 곧 새 책을 낼 예정이라고.

“물리의 전 부문을 다루는 책인데, 최대한 인문학적 시각으로 쓰는 게 목표다. 물리 책에서 다뤄지는 거의 모든 내용을 철학, 예술적 시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 물리나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조금은 불편한 질문이다. 경제나 철학에 대해서는 왜 알아야 하냐는 질문을 잘하지 않지 않나. 과학 하면 과학적 사실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학은 방법이다. 나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물질적 증거에만 기반해서 결론 내리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과학적 방법은 300년 전부터 인간 사회를 바꿔 온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들은 스스로의 입장에서 논리적·정합적 이론을 만들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과학은 세상의 진실을 알기 위해 꼼꼼하게 관찰하고, 물질적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모른다는 말을 쉽게 한다. 지금이야말로 과학적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야 하는 때가 아닐까.”

-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바빠서 책을 많이 못 읽는다. 다른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과학적인 내용을 잘 녹여내고 싶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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