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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책과 삶]쉽게 살찌지만, 쉽게 빠지지는 않는 건 ‘홍적세의 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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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오류 보고서

네이선 렌츠 지음·노승영 옮김

까치 | 304쪽 | 1만7000원

경향신문

우리 몸은 알면 알수록 정말 신비롭고, 위대하다. 그러나 정말 위대하기만 할까. <우리 몸 오류 보고서>는 이 같은 역발상에서 출발한, 다른 동물과 달리 인체가 가진 수많은 결함에 관한 책이다.

뉴욕시립대 존 제이 칼리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뼈·DNA·뇌 등에 있는 각각의 결함을 들여다보고, 인류가 수만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이 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발에는 쓸데없이 뼈가 너무 많다는 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비타민C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굴로 유전자’가 손상돼 비타민C를 섭취해야 하는 점 등 바로 우리 몸과 관련된 이야기라 흥미롭게 읽힌다. 뇌와 관련된 부분은 더 흥미롭다. 저자는 “크고 똑똑한 뇌는 진화의 대성공이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의 크고 강력한 뇌야말로 무엇보다 커다란 하자”라고 말한다. 뇌가 크게 발달한 원인은 치열한 경쟁 때문이고, 이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에게 찾기 힘든 교활함·잔혹성이 발달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결함의 원인을 세 가지로 본다. 그중 하나는 인체가 현대 도시가 아닌 홍적세(약 260만년 전에 시작돼 1만2000년 전 마지막 빙기 말까지 이어진 시대)의 아프리카 우림이나 초원에서의 삶에 맞춰 진화했다는 것이다. 비타민C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굴로 유전자’가 손상된 이유도 당시 우림에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 많아 손상돼도 진화에 무리가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인체는 기본적으로 살이 쉽게 찌는 반면 금방 빠지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던 홍적세에서 이런 성향이 매우 유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결함에 관해 수백쪽을 할애했지만, 비관론자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의 불완전함 속에 우리의 아름다움이 있다”며 비록 속도는 더뎌졌더라도, 인류 존속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한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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