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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책 처방해 드립니다]몸이 보낸 SOS에 시작한 운동…고통은 뭔가를 돌아보고 돌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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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 153쪽 | 9900원

경향신문

얼마 전, 자고 일어나니 목덜미가 뻐근했습니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가벼이 넘겼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게 일자목과 거북목 진단을 내리면서 뼈가 신경을 눌러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난 거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태어나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몸을 방치해오다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아프고 나서야 진작 몸을 관리할걸, 하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아무튼, 피트니스>는 25년간 인권 운동(movement)을 해온 여성, 중년, 비혼, 비만, 활동가인 저자에게 운동(exercise)이 일으킨 홀가분한 깨달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쉰이 될 무렵 몸이 아프고 나서야 ‘살기 위해’ 운동을 결심한 저자는, 피트니스를 시작하고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동물로서의 활기를 느낍니다. 움직이는 것이 즐거워지고, 하나하나 동작을 배워나가며 성취감을 느끼고, 트레이너와 우정을 쌓아나가며, 내 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뼈와 근육을 발굴하고, 평생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줄이게 되고… 그렇게 저자는 운동에 매료되어 가지요.

먹는 행위를 표현할 때 ‘때운다’ ‘해치운다’ ‘아무거나’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 근육통은 제대로 동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하는 잣대라는 트레이너의 말에 글을 쓸 때 조사 중 어떤 걸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떠올리며 자기 방식대로 이해를 하는 모습. 운동을 통해 몸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선배의 이야기는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병아리인 저에게 구구절절 밑줄을 긋게 만들었습니다.

경향신문

“고통은 뭔가를 돌아보게 하고 돌보게 한다. 나는 얼굴에도 로션이나 스킨조차 안 바르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매일 정성껏 화장하는 곳이 있다. 뒤꿈치다. 어느 겨울, 뒤꿈치가 갈라져 피가 흐르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아팠다. (…) 그런 통증을 다시 겪지 않겠다고 생각하니 거르지 않고 뒤꿈치를 보살피게 됐다. 정성껏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문지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뒤꿈치가 나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나는 그 고통 때문에 뒤꿈치를 돌보게 됐다.”(122~123쪽)

고통은 뭔가를 돌아보게 하고 돌보게 합니다. 저 역시 몸이 보낸 SOS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3일은 물리치료사 선생님과 함께,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합니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할 때는 알람을 맞춰놓은 뒤 30분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자세가 망가질 때마다 의식적으로 고쳐 앉습니다. 내가 잘 모르거나 무시해왔던 몸의 신호들에 세심히 귀 기울이고, 일상을 잘 유지해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지요. 그 무엇 때문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내 몸이 필요해서, 내 몸이 생긴 대로 하는 운동. 고통이 제 삶에 만들어준 변화가, 저는 기쁘고 반갑습니다.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북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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