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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책과 삶]쇼윈도에 비친 ‘이케아 청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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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

김의경 지음

민음사 | 308쪽 | 1만2000원

등단작 <청춘파산>을 통해 파산 시대의 청춘을 대변했던 김의경이 4년 만에 첫 번째 소설집 <쇼룸>을 내놨다.

경향신문

작가는 이케아 가구조차도 마음껏 사지 못하는 한국의 위축된 20대, 일명 ‘이케아 청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케아는 청춘이 지닌 애매하고 불안한 공기까지 포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현된다.

수록작 ‘이케아 소파 바꾸기’에서 동거 사흘째인 사라, 미진, 예주는 ‘가장 싼 가구’를 찾아 이케아를 헤맨다. 대학 시절 내내 붙어 다녔던 이들 중 취업에 성공한 건 미진뿐. 그들은 19만9000원짜리 소파를 사지 못해 9만원짜리를 사고, 1만4900원짜리 스탠드를 내려놓고 5000원짜리를 카트에 담는다. 구입한 가구 중에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지만 크게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어쨌거나 이 정도 돈으로 빈티나지 않게 집을 꾸밀 수 있는 가구는 이케아밖에는 없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로맨틱하기보다는 이코노미하다. 소비의 규모와 경제적 가능성이 이들의 관계를 좌우한다. 또 다른 수록작 ‘물건들’의 두 주인공은 ‘1000원숍’ 다이소에서 만나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생략하고 동거를 한다. 결혼, 출산, 내집 등 구매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을 멀어지게 하고, 아주 작지만 가능한 소비는 그들을 가까워지게 한다.

작가는 책을 통해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모두가 자발적이고 성실하게 소비의 노예가 된 공동체의 모습을 묘파한다. 그러면서 ‘쇼룸은 삶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착시이자 삶의 고단함을 잊게 만드는 마취’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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