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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베네수엘라 마두로 “미국이 날 죽이려한다”…암살 음모설 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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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남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는 주장을 또 제기했다. 그는 지난 8월에도 자신을 노린 ‘드론 테러’ 배후 세력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그가 자신의 무능함으로부터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미국 암살 배후설’을 들고 나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미국 정부가 이웃 나라 콜롬비아에 사주해 나를 죽이려 했다"며 "그들은 내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노동자 계급이 나서서 총파업과 봉기를 일으켜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암살설’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베네수엘라 야당 정치인 페르난도 알반이 자살한 일을 두고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다음 날에 나왔다. 알반은 지난 8월 4일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이달 5일 체포돼 구속됐다. 나흘 뒤 그는 베네수엘라 국가정보원 건물 10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도 알반의 죽음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이 암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마두로 대통령이 제기한 ‘미국 암살 배후설’은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탄 낸 자신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18년 8월 5일 대국민 연설에서 전날 발생한 드론 공격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라고 밝혔다. /BBC


베네수엘라는 최근 전례 없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에 처해있다. 식료품과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터지면서 200만명 가까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9일 베네수엘라의 내년 물가 상승률이 1000만%에 이를 수 있다는 발표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원인은 미국 등이 벌인 ‘경제 전쟁’ 때문이라며 자신은 희생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 8월 자신을 겨냥한 암살 기도 사건을 두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 야권과 콜롬비아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폭력 시위를 통해 자신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년간 마두로 대통령을 포함한 베네수엘라 내 좌파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금융 제재를 해왔다. 마두로 정권이 야권 지도자들을 투옥하면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마두로 대통령이 제기한 ‘미국 암살 배후설’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평화롭고 질서있게 민주주의가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사실상 그가 제기한 암살설을 부인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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