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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APEC 회의 앞둔 파푸아뉴기니 럭셔리車 수입에 민초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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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뭔 럭셔리 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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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에 수입된 마세라티 승용차 [로이터=연합뉴스]



다음 달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각국 정상의 이동 편의 제공을 위해 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보잉747-8F 항공기로 럭셔리 승용차 마세라티 40대를 수입했다.

이를 둘러싸고 열악한 보건서비스와 빈곤, 휘청거리는 경제, 지진 복구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온당치 않다는 분노가 국민 사이에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전했다.

북부 마당 지역 주민 코르넬리우스 칼루피오는 "정부가 다리도 제대로 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세라티를 수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평론가 케이스 잭슨은 "정부의 이런 결정은 멜라네시아 원주민의 전통적인 환대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라며 "마세라티 승용차가 수돗물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주민들이 보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이것이야말로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가장 분명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사이에서는 차라리 마세라티 수입 예산으로 학교나 병원을 새로 짓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APEC 정상회의 후 마세라티를 전량 민간에 매각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는 전혀 부담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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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지진 [EPA=연합뉴스]



APEC 담당 저스틴 탁첸코 장관은 "마세라티 승용차는 행사 후 민간이 모두 구입하는 걸로 돼 있다"며 "정부 재정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고 승용차들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탁첸코 장관은 다만 1천675만 호주달러(132억9천355만원 상당)를 예치했다고 설명했다.

예치금은 마세라티 승용차를 구입하는 개인으로부터 충당한다는 것.

마세라티 승용차는 핫케이크처럼 순식간에 팔려나갈 것이라고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피터 오닐 총리는 "승용차 구입 예산은 정부 재정에서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럭셔리카를 준비한 것은 APEC 참가 각국 대표단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말했다.

소방차 9대는 중국에서, 구급차 22대는 일본에서 각각 지원받기로 했다.

마세라티는 호주에서 대당 20만 호주달러(1억6천109만원 상당)에서 35만 호주달러(2억4천164만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경제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고 발표됐던 2013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지진으로 중부 고원지대는 황폐화했다.

여성 폭력을 비롯해 모성 사망, 영양실조, 5세 미만 어린이 발육부전에서 세계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접국 호주는 소아마비 창궐에 대비하고 백신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파푸아뉴기니에 1천600만 호주달러(128억8

천976만원 상당)를 추가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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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피터 오닐 파푸아뉴기니 총리 [신화=연합뉴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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