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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오후 한 詩]식구/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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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김치찌개 올려놓고
불룩한 밥공기와 나란히 수저를 놓습니다.
마주함은 없어도
한 끼의 시장은 찬으로 다가옵니다.
한입 가득 숟가락을 머금고
다시 담아내는 손에 바람이 떨립니다.
네 귀퉁이에 놓인 상다리가
휘청댑니다.

꾹꾹
씹어
견뎌 냅니다.

아시아경제

■물론 다르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듯하다. "마주함은 없어도"라는 구절 때문이다. 어쩌면 마주 앉아 함께 밥을 나누어 먹던 사람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 사람은 지금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을 생각하며 "밥상에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불룩한 밥공기와 나란히 수저를 놓"는다. 그리고 "시장"하니까 밥을 먹는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사람은 앞에 없다. "한입 가득 숟가락을 머금고" "다시 담아내는 손"이 떨린다. 그러다 한순간 "네 귀퉁이에 놓인 상다리가" "휘청"일 만큼 울컥한다. 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꾹꾹" "씹어" 견디는 것뿐.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누군가 있었을 그 앞의 빈자리 때문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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